커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 중 하나다. 점심시간 일회용 커피잔을 들고 일터로 돌아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일상적이다. 현대인들에게서 떼놓기 어려운, 삶의 일부가 된 커피는 세계적으로도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대중적인 음료다. 커피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일본의 '커피 오타쿠' 탄베 유키히로가 펴낸 '커피 세계사'는 이런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해준다.

15세기 예멘에서 태동한 상업용 커피의 기원에서부터 오스만 제국으로의 전파, 유럽의 커피 하우스 시대, 커피나무의 세계적 확산, 산업적 발전,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커피 문화 부흥에 이르기까지 커피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

딱딱하고 단조롭게 역사를 기술하기보다는 곳곳에 흥미로운 일화를 배치해 읽는 재미가 있도록 했다. 미국의 상업 커피 문화는 뉴잉글랜드의 중심지, 보스턴에서 태동했다. 커피가 미국 전국으로 확산된 계기도 보스턴이 제공했다. 미국 독립전쟁의 불씨가 된 '보스턴 티 파티(보스턴 차 사건)'는 미국인들의 삶에 커피를 뿌리내리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 사건은 영국의 불공평하고 과도한 과세에 반발한 급진파들이 1773년 12월 보스턴 항에 정박한 배를 습격해 차(茶) 상자를 바다에 모두 던져버린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단기간에 커피 소비량이 7배나 늘었다고 한다.

커피 가격과 수급 안정을 위해 1962년 탄생한 '국제커피협정(ICA)'이 쿠바 혁명을 계기로 추진됐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제2의 쿠바' 탄생을 막으려던 미국은 이 협정을 통해 중남미 커피 생산국들의 정세와 경제를 안정화해 반미 공산 세력의 발호를 예방하려 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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