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버리고 계급장만 남은 장군
농사짓고 일하며 사람 존중한 농부
참다운 인간성·참된 지도자상 제시



적군에게 포위를 당한 부대에서 장군만 혼자 도망쳐 나왔다. 가까스로 어느 시골 마을에 닿게 돼 집집마다 들어가 사람을 찾았다. 텅 빈 마을에서 유일하게 농부 할아버지 한 사람이 집을 지키고 있다. 두 사람은 만나서 기뻐한다. 장군은 다스리고 부릴 수 있는 농부를 만났고 농부는 자신을 지켜주고 큰 힘이 될 것 같은 장군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대포 쏘는 소리가 가까워지자 장군은 허둥거리며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남아서 집을 지키며 가을이 오면 곡식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장군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그건 급한 일이 아니라며 지금은 나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고 할아버지를 설득한다.
 
결국 장군과 농부는 뗏목을 타고 여러 날 동안 바다를 떠돌다가 무인도에 닿는다. 무인도에 와서 장군은 놀고 할아버지는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장군을 먹여 살린다. 농사도 짓고 나무도 베고 할아버지는 열심히 일한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마침내 바다에서 배 한 척이 들어온다. 병사들과 백성들이 탄 배를 보며 장군은 이제 섬에서 나갈 수 있다고 좋아한다. 병사들과 백성들이 몰려와 "장군님! 살아계셔서 기쁩니다"라고 말하며 절한다. 그런데 이들이 절한 사람은 장군이 아닌 농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나는 장군이 아니고 옆에 있는 분이 장군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병사들과 백성들은 저 사람은 가짜라며 할아버지를 가리켜 당신이 진짜라고 말한다. 답답한 장군은 옷의 계급장을 떼서 내밀며 자신이 진짜 장군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장군에게 "당신은 우리 병사와 백성들을 전장에 버려두고 혼자 도망갔으니 장군이 아닙니다. 진짜 나라를 사랑하고 사람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이는 바로 여기 할아버지입니다. 이 사람이 바로 모든 백성이 원하는 진짜 장군입니다"라고 주장한다.
 
백성들과 병사들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배에 올라 함께 떠나려고 한다. 장군은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지만, 백성들은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이니 여기 혼자 살며 스스로 일하고 혼자 배를 만들어 탈출하라고 말하며 떠나버린다.
 
'장군님과 농부'는 1988년 출간된 권정생의 '바닷가 아이들'에 수록된 단편 동화이다. 화가 이성표의 그림이 더해져 예술성 높은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지만 장군과 농부의 모습을 통해 참다운 인간성과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맑은 색감과 장난기 어린 붓질의 그림이 동화의 메시지와 아주 잘 어울리는 명작이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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