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는 의외로 입이 말라서 불편하다는 분들이 꽤 많이 내원한다. 역으로 입안이 건조하기 때문에 치과적인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게다. '구강건조증후군'이라는 이 증세로 노인의 30% 정도가 고통 받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입가에 거품을 머금고 입술이 바짝 말라 튼 분은 그나마 좀은 나은 편이다. 혀가 쩍 갈라지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분들을 볼 때는 참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치과의사로서는 치과치료 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서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내과, 이비인후과 등으로 의뢰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가장 큰 애로는 치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낫지도 않을뿐더러 금방 또 재발해서 계속 악화되어 가는 것이다. 결국 이를 빼게 되고 브릿지, 틀니, 임플란트 등의 더 힘든 치료로 가게 되는 악순환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환자와의 신뢰에 금이 가게 되고 나쁜 의사의 오명을 뒤집어 쓸 때도 있다. 개원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이상은 겪어보아야 할 통과하기 쉽지 않은 문이다.
 
그토록 흔한, 하루에 1~1.5ℓ 흘리게 되는 침이지만 많은 원인들에 의해 침 양이 줄어들면서 고통이 시작된다. 당장 윤활유 역할을 못하게 되니 입안이 삐걱거리게 되고, 보호막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므로 정상 세균 대신 곰팡이가 입안을 점령하게 된다. 그래서 또 당연히 곰팡이에 의한 심한 악취를 동반하고,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생긴다.
 
무수히 많은 틀니를 만들어 본 필자도 힘들어 하는 틀니제작 케이스는 몸이 바짝 마른 사람과 침이 부족한 사람의 틀니다. 두 경우 모두 틀니가 잇몸에 착 달라붙어 있지 못하고 잘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침이 마르는 걸까? 원인은 수없이 많다. 무섭고 긴장되는 일을 당하면 입이 바짝 마르듯이 불안 강박 스트레스 공포 등으로 인한 단기간의 이유부터 중년 여성에게 특히 많이 찾아오는 자가 면역병인 쇼그렌 증후군(면역세포가 침샘을 공격해서 내 침샘이 망가지는)이 있다. 이밖에 당뇨, 빈혈, 비타민 부족, 암 치료를 위한 머리 부분 방사선치료로 인한 침샘 파괴, 우울증과 불면증 치료약(신경계를 자극해서 침분비 억제), 알레르기 치료약(항히스타민제), 코나 편도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는 구호흡 등 너무 많은 원인이 있다.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할 텐데 원인이 너무 많으니 그만큼 치료도 어렵고 복잡하다는 말이다.
 
인터넷을 보면 여러 과의 병원에서 자신 있게 치료를 광고하고 있는데 과연 그 많은 원인들을 다 찾아서 한 번에 치료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노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년층의 30%가 고통 받고 있다고 하지만 앞에 나열한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지 자연스런 노화에 의한 것은 아니다.
 
치과 분야에서의 구강건조증 증상 완화를 위한 처방은 인공 침(이것도 장기간 사용하면 원래의 침샘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장기간 사용 금함), 침분비 촉진 약(필로카핀 등이 있는데 부작용으로 땀을 많이 흘리고 소변도 자주 봄), 침샘을 자극할 만한 맛있는 음식(신음식은 마른 입안에 산성도를 더 높여서 피해야) 정도가 전부이다. 악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팁으로는 알콜이 든 가글제는 휘발성으로 인해 건조를 더 악화시키므로 사용하지 말 것(모든 가글제는 누구나 장기간 사용하면 안됨), 흡연 금지(담배 연기가 입안을 더 마르게 한다) 등이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에서 큰 이슈거리가 있었는데 필자의 기억에 아직도 남아있는 두 가지가 하나는 "길에 침을 뱉지 말자"이고, 하나는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자"였다. 언뜻 둘이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데 어쨌든 많이 개선되어 지금의 중국은 당시보다는 많이 깨끗해 진 느낌이다. 그런데 퇴근 시간에 병원에서 나서다 중고생들이 동그랗게 둘러서서 한 가운데다 침뱉기 내기를 하고 있는 광경을 보느라면 이거 참…. 침은 우리 몸의 최전방 수문장이다. 뱉지 말고 아끼고 삼키자. 그래야 치과에 덜 오게 된다. 김해뉴스 /이창 BG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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