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이 아름다운 이유

양민주

물끄러미 창밖을 본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젊은 단풍잎 늙은 단풍잎 어우러져
날씬한 다리를 뽐내며 춤을 추고 있다
바라보는 시선에 매혹되어
붉은 치마를 팔랑대며
캉캉을 추고 있다

단풍잎은
언제 떨어질지도 모른 채
춤을 추고 있다
 


<작가노트>

“노을처럼 저무는 아름다움”

가을은 참 쓸쓸하다. 사무를 보다가 창밖으로 눈길을 주면 붉은 단풍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여름의 태양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리도 붉을까. 저무는 저녁노을같이 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 저리도 아름다운데 정작 자신은 죽음을 잊은 채 춤을 추고 있다. 아니, 보는 사람에 따라 죽음을 기억하고 추는 춤일지도 모르겠다. 어디에 퇴고의 의미를 둘 것인가 한참 생각에 들었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아무튼 그 이미지가 아름다움의 정체성으로 남았기에 가을 단풍을 사람의 삶에 견주어 눈에 보이는 대로 써보았다. 쓸쓸한 마음으로….

 

▲ 양민주 시인.


·2006년 『시와 수필』을 통해 수필로,
 2015년 『문학청춘』을 통해 시로 등단
·시집『아버지의 늪』수필집 『아버지의 구두』
·원종린수필문학 작품상 수상
·현재 인제대학교 교무과장 재직 중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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