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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을 벗 삼아 민족정서 노래한 시인 이병기문학의 향기 - 가람문학관
  • 수정 2018.11.06 17:03
  • 게재 2018.10.30 15:57
  • 호수 395
  • 16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문학관 앞 마당에 마련된 벤치에서 책을 읽는 이병기 동상.

 

 

 

▲ 가람 이병기(1891~1968)

바다로 흐르는 강물처럼 살다간 선비
한글학자 주시경과 운명적 만남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1년간 감옥생활
만년엔 고향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
 

 

난초를 벗 삼아 민족의 뿌리를 노래했던 시조시인. 냇물과 바다를 이어주는 가람을 아호로 삼으면서 진실을 추구하는 선비로 살다간 시조 시인 이병기의 문학세계를 알려주는 가람문학관은 전북 익산시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금빛 바람이 춤추는 만경 평야를 바라보는 시인의 고향마을에 우뚝 선 가람문학관, 앞마당에는 시인의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우리 방으로는 창으로 눈을 삼았다/ 종이 한 장으로 우주를 가렸지만/ 영원히 태양과 함께 밝을 대로 밝는다…."
 
소박하고 단아한 선비의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인의 성품이 오롯이 드러나는 시구절이다.
 
문학관으로 들어가면 입구 현관에 '난초의 향기를 품은 민족문화 수호자'라는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열렸다."
 
시인의 대표작 난초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전시실로 들어가면 시인이 살다간 발자취와 함께 시인의 작품과 문학세계를 알려주는 연보가 걸려 있다.
 

▲ 가람문학관 전경.
▲ 시인이 살다간 발자취를 알려주는 연보.
▲ 유품이 전시된 집필실. 병풍 옆에 걸린 한복이 인상적이다.


마을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던 가람이 전주보통학교를 거쳐서 진학한 한성사범학교에서 한글학자 주시경을 만난 것이 시인의 운명을 갈랐다. 그 때 한글을 함께 배웠던 울산 출신 동문 최현배는 한글학자가 되었고, 부산 동래 출신인 김두봉은 훗날 독립운동에 투신했다가 8·15 광복과 더불어 북한으로 넘어가 국회의장 격인 인민위원회 상임의장을 지냈다가 1958년에 숙청됐다는 뒷이야기가 이어진다. 가람 역시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돼 1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데나 정들면 못살리 없으련만//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라고 읊었던 시인의 대표작에서 드러난 시인의 귀향 의식은 8·15 광복 후에 구체화된다.
 
서울대 교수로 활동하던 시인이 6·25 전쟁으로 피난 간 전주에서 전시연합대학 교수로 임용된 것을 계기로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1956년 전북 대학교수로 정년퇴임한 것이다.
 
요즘 말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면서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노블리주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사례라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 가람 이병기가 58년간 썼다는 일기책.
▲ 이병기 생가 앞에 조성된 연못.
▲ 가람이 태어난 생가.


전시실 안쪽에는 시인이 열일곱 살 때인 1909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66년까지 무려 58년간 썼다는 일기책이 전시되어 있다.
 
그 속에는 독립군자금을 조달한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된 후배가 재판을 받던 법정의 모습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등 한국근현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문학관 정문으로 걸어 나오면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만경 평야를 배경으로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는 시인의 동상 옆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포토존 뒤편에는 시인이 태어나서 자란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초가에 아담한 정자와 연못이 어울리는 사랑채에는 슬기를 감추고 어리석음 지킨다는 뜻을 담은 현판이 걸려 있다.
 
과연 시인은 그만큼 욕심 없는 삶을 살았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시인이 만년에 남긴 글 속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매화도 늙고 보면 성근가지 한두 송이 꽃을 꾸며 족하듯이…이제 나는 허울을 다 떨어버린 한 그루 고매로 그저 무념무상이면 넉넉하다."
 
김해뉴스 /익산=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 전북 익산시 여산면 가람1길 76.
△ 남해고속도로(87㎞)를 타고가다 통영·대전고 속도로(86㎞)로 갈아 탄 후 익산·포항고속도로 (61㎞)로 옮겨타면 된다. 약 3시간 소요.

*관람 시간
① 오전 9시~오후 6시(11월~2월 오전 9시~오후 5시)
② 매주 월요일(공휴일이 겹치면 그 다음날)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063-832-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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