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얽매인 미누티 할아버지 
 시간 개의치 않는 루카스
'시계 심장' 로봇 만나 삶 깨쳐



미누티 할아버지는 언제나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늘 시계 맞추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함께 사는 아이, 루카스는 시계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할 일이 빽빽하게 적힌 시간표 역시 싫어한다.
 
미누티 할아버지가 시간에 맞춰 정해놓은 규칙은 더 지긋지긋하다. 루카스는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사실 루카스는 그저 놀고만 싶다. 아주 신나게 마음껏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놀고 싶었다.
 
어느 날 루카스네 동네에 엄청나게 큰 로봇이 나타난다. 그 로봇은 빨간 풍선을 정신없이 뒤쫓고 있었다. 빨간 풍선이 바람에 날리다가 그만 루카스네 집 창문 너머로 쑥 들어오고 로봇이 풍선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온다. 로봇은 어기적거리며 집 안을 돌아다닌다. 루카스는 처음에 로봇이 무서웠으나 하는 짓이 어수룩하다. 특히 심장이 있어야 할 왼쪽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있어 보기가 이상하다.
 
루카스는 문득 로봇도 집을 찾은 손님이니 차를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봇에게 찻주전자를 쓱 내밀었는데 로봇은 그걸 텅 빈 가슴 구멍에 넣는다. 뜨거워져서 로봇이 팔딱거리며 뛰기 시작했고 로봇은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가 물을 틀었다. 그 바람에 온 집안이 물바다로 변하고 미누티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시계들도 엉망이 된다. 
 
화가 엄청나게 난 할아버지는 루카스와 로봇을 쫓아낸다. 로봇과 루카스는 결국 집을 떠나 숲으로 간다. 며칠이 지나자 루카스도 할아버지도 서로를 그리워한다. 할아버지는 결국 루카스를 찾아나서고 만난다. 
 
루카스에게 오랜만에 듣는 할아버지의 시계 소리는 마치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루카스는 로봇의 텅 빈 가슴에 할아버지의 시계를 빌려 넣어본다. 갑자기 로봇이 똑똑해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생기며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간이 곧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 말이다.
 
할아버지는 시계를 로봇의 심장으로 주고 난 후 마음이 홀가분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제야 시간의 주인은 시계가 아니고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제 할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든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고 시계에 얽매여 살지도 않는다. 대신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동화는 놀기 좋아하는 아이와 시계를 좋아하는 할아버지 이야기에서 '시간의 주인',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의미를 전한다. 숨 가쁘게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듯하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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