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구·종교·화폐 등 금의 역할
 350만 명 이상 사망한 콩고전쟁
'탐욕' 인해 파멸 치닫는 인간군상



"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이라고 믿었던 한 여인이 있었죠. 그리고 그녀는 천국의 계단으로 가는 티켓을 사려고 해요.(There’s a lady who's sure all that glitters is gold. And she’s buying a stairway to heaven.)"
 
전설적인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1971년 작)의 첫 소절이다. 8분이라는 긴 시간, 한편의 교향악을 듣는 듯한 감흥을 주는 명곡이다. 연주와 보컬도 훌륭하지만 천국과 지옥, 삶과 죽음을 얘기하는 가사가 무척 인상적이다. 금(Gold)으로 상징되는 부(富)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도 살 수 있다고 믿던 한 여인이 실패와 성찰을 통해 그런 삶이 무가치함을 깨닫는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는다.
 
'골드:금의 문화사'는 인간의 역사와 상상 속에서 금이 담당해온 다양한 역할을 탐구한다. 몸에 두르는 장신구의 역할에서부터 '종교에서의 금', '화폐로서의 금', '금의 과학', '예술재료로서의 금' 등을 거쳐 신화와 현실에서 금과 관련된 각종 위험까지 망라한다.
 
원소기호 Au, 원자번호 79인 금은 원자 사이의 결합이 잘 풀어지지 않아 쉽게 변색되지 않는다. 전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속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노란색을 띤다. 가공하기 쉬운 연성(軟性)까지 갖춰 장식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물질이 된다. 금이 권력의 상징이자 화폐, 예술재료 등으로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금은 종교적 의식에서 자주 이용됐다.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El Dorado)’의 사례에서 보듯 식민지 탐사의 목적이 되기도 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도 금의 연성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금을 두들기면 28만 2000분의 1인치의 얇기로 만들 수 있고 가는 실을 만들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책은 금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파멸로 치닫는 인간 군상들의 사례를 다룬다. 금 채굴은 노예들의 비참한 삶에 기댔고 항상 전쟁, 학살을 동반했다. 채굴에 동원되는 수은(水銀) 등 각종 화학물질은 자연환경을 파괴한다. 책은 "몸에 금을 걸치려는 우리의 욕망은 변하지 않았고, 이 욕망이 지속적으로 환경과 인간이 대가를 치르게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금에 대한 욕망이 불러온 대표적인 참사는 제2차 콩고전쟁(1998~2003년). 금을 노린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과 콩고 내 무장 군벌 사이의 금광 개발을 둘러싼 거래가 촉발됐고 전쟁 기간 무려 35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현지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금맥(金脈) 찾기에만 혈안이 된 유럽 기업들의 탐욕이 '아프리카판 1차 세계대전'으로 불린 이 전쟁을 불러왔다.
 
책은 금이 인류 역사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 물건이지만 수 없는 폭력과 살인을 낳은 촉매제가 되기도 했음을 설명한다. 그래서 금을 "아주 모순적인 물질"로 규정한다. 신화와 경제, 미학을 넘나들며 인간과 금의 매혹적이면서 ‘위험한’ 관계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부산일보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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