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는 나의 단골 메뉴로서 지금까지의 여러 강의나 발표에서 내가 주로 얘기한 내용이다. 2016년 2월부터 김해뉴스에 연재됐던 <조병제의 음식과 건강> 칼럼에서도 우리가 주로 먹고 있는 음식과 우리의 음식문화에 관한 얘기를 다루었다. 역시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에 관한 내용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이 필요하다. 먼저 선천적으로 건강한 몸을 타고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맑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며,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이 함께 있어야 건강하다. 그러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가 바로 음식인지라 음식의 섭취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먹고 산다. 얼마간은 굶고 버틸 수 있으나 결국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이나 먹지는 않는다. 소나 양처럼 풀을 먹는 초식동물은 굶어 죽을 지경이 되어도 고기 사냥은 하지 않고, 아무리 굶주린 사자라도 눈앞에 널려있는 풀을 뜯지 않는다. 심지어 꿀을 따먹는 것에는 벌, 나비, 새 등이 있는데 벌에게는 벌에 맞는 꿀을 가진 꽃 색만 보이고, 나비나 새도 그들이 먹어서 좋은 꿀의 꽃 색깔만 보여 꿀을 얻기 위한 다툼이 서로 없다하니 신비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세상에 못 먹는 것이 없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특히 생산, 보관, 가공과 유통의 발달로 계절과 상관없이, 심지어 유전자 조작까지 하면서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것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렇게 골고루 먹을 수 있다면 완벽히 건강해야 하는데 지금의 인류는 야생의 동물에게는 없는 각종 암, 성인병과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세계적으로 건강한 장수 노인들로 유명한 소위 '장수촌'에서는 무얼 먹고 그렇게 건강하고 장수하는지 살펴보자.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대표적인 장수 지역으로 코카서스 산맥과 일본의 오키나와 등이 있다.

일본의 오키나와 사람들은 무얼 먹어서 건강한가? 먼저 요약하지면 이곳의 주된 음식은 쌀, 채소, 생선이다. 지역적으로 남쪽이라 밀은 자체 생산이 없고 쌀이 당연히 주식이다. 또한 갖가지 푸른 채소와 과일도 잘 자라므로 섭취하기가 좋다. 특징적으로 육식이 아닌 해산물 위주의 단백질 섭취를 한다.

그럼 코카서스 산맥에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기에 무병장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까. 국내외 여러 유제품 기업들이 발효유 광고를 할 때 코카서스의 나라들을 내세우는 것처럼 이곳은 우유를 발효시켜 먹으며 이것이 장수의 비결로 꼽힌다. 쌀은 자라지 않으므로 당연히 빵이 주식이다. 내륙의 고원지대이므로 해산물은 찾아 볼 수가 없고, 목축을 해서 얻은 유제품과 육식을 위주로 먹고 산다.

물론 두 곳의 인종도 다르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지형과 기후의 차이로 인해 생산되는 음식이 다르고, 따라서 먹는 것도 다르다. 두 지역의 음식만 비교해서는 장수할 수 있는 공통적 식단은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밥과 채식 위주의 오키나와 사람들이 코카서스 사람들처럼 매일 빵을 먹으면서 고기와 유제품을 먹고 살아도 속이 편하고 건강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마저 든다.

분명 어떤 특정한 음식만으로 사람이 건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음식이란 민족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특징, 즉 체질에 맞는 음식이 건강한 음식이다. 다양하고 넘치는 음식의 풍요 속에서 유행에 따라 건강식을 무분별하게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건강한 음식의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은 무엇을 먹어야 건강한가? 바로 자신의 타고난 체질에 알맞은 식생활이 그 해답이다. 지난 기간 미숙한 글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김해뉴스 독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드리면서 <조병제의 음식과 건강>을 마친다. <끝> 김해뉴스 /조병제 부산체담한방병원장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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