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들어서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진찰을 해보면 이 환자가 그동안 어떻게 치료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유명하다는 병원을 전전하고, 좋다고 하는 민간요법을 다하고 있지만 우리 애는 감기(코, 코막힘, 기침, 가래, 열)를 달고 살아요!" "우리 애는 면역이 약한데 보약을 먹여야 할까요? 아니면 면역증강제를 먹일까요?" "이렇게 약을 오래 먹여도 되나요?"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산다는 것은 엄마들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감기를 달고 있는 이유를 알아두는 것이 아이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아이들은 매일 새로운 환경을 접하며 자라는데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균들(바이러스나 세균)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이 원인균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면역력)이 없어 병에 쉽게 걸리고 증상도 심하게 나타난다.
 
둘째, 어린이는 성장단계에 있어 바이러스 감염을 이겨낼 중요한 면역물질 생성이 적어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우며, 만 3세 이상 되어야 어른 면역물질의 80%정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아과 병원에 3세 이하의 어린 환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어린아이의 호흡기는 구조적으로도 완전하지 못해 호흡기질환에 걸리면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가벼운 코감기에서 고열을 만들어내는 편도선염과 중이염에 쉽게 걸리며 기관지염, 모세기관지염, 폐렴으로도 잘 진행된다. 특히 편도선염(목감기)이 잘 걸리는 것은 편도선이 상기도(코, 후두, 인두, 편도) 감염에 대한 신체방어 역할을 능동적으로 하고 있어 고열과 인후통 등 심한 증상을 유발하며, 어린이의 중이는 해부학적으로 미숙해 급성중이염으로 이환되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 체질에 따라 질병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이의 성별이나 나이, 집안의 생활환경, 예방접종 여부, 형제자매 유무, 호흡기질환의 기왕력 등에 차이가 난다.
 
특히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아이는 미숙한 면역기능이 과잉반응을 일으켜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좋아지는 듯하다가 새로운 균에 또 감염되어 더욱 악화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렇다 보니 아이에게 약이 떨어질 날이 없어 부모 입장에서는 약을 먹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이 생기게 되고, 병원에 대한 불신도 생겨 이 병원 저 병원 의료쇼핑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면역을 더 빨리 생기게 하고 싶은 욕심으로 한약·면역증강제·건강보조식품 등에 의존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으로서는 당연한 듯하지만, 이러한 제품 역시 약이며 어떤 면에서 병원에서 처방되는 약보다 검증되지 않은 약일뿐이다.
 
질병치료에는 의사·환자·보호자간의 상호 신뢰 속에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아 속설에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질병 치료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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