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국제결혼 소개소에서 만났다. 나이 차이는 11살. 이해심이 많은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고향 캄보디아는 가난했다. 벗어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렇게 라트모니시 호릉(25) 씨는 나이 스물에 한국 아줌마가 됐다. "전 잔소리를 별로 안하는 성격이에요. 그래도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구박을 좀 하죠." 그가 웃으며 말했다.
 
호릉 씨는 웃음이 많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연방 웃었다. 한국어도 또박또박 제법 잘하는 편이다. 그래도 타국생활인데, 어려움이 없을 리 없다. "문화가 다르니까 힘들 수밖에요.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서로 공감대가 없어서…." 그가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올해 3살과 2살이 된 아이들도 걱정이다. 최선을 다해서 돌보는데도 두 아이 모두 '구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호릉 씨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자신의 캄보디아 식 양육 방식이 질병의 원인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 것.
 
고향에 두고 온 가족도 언제나 그립다. 캄보디아는 겨울이 없다. 호릉 씨가 나고 자란 도시에서 사람들은 사계절 내내 반팔을 입었다. 호릉 씨는 겨울 옷을 꺼내 입을 때마다 가족 생각이 난다. 호릉 씨의 가족은 가난한 편이다.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호릉 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시장에서 장사를 했었다. 지금은 중학생인 여동생이 가족의 생계를 잇고 있다. 때문에 여동생은 중학교도 미처 다 마치지 못한 상태다. "미안해요. 좋은 집에서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항상 가족 생각이 나요." 호릉 씨가 말했다.
 
호릉 씨의 '꿈'은 취직이다. 직무에 상관없이 돈만 벌 수 있으면 좋겠단다. 그래서 이주여성지원센터 '라함'에서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고 싶고, 우리 아이들 공부도 더 많이 시켜주고 싶어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씩씩한 호릉 씨에게 최근 기적이 일어났다. 창원여성의전화가 시행하는 '외국인이주여성 친정방문하기' 사업의 지원 대상이 된 것. 올 겨울 호릉 씨는 고향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캄보디아를 떠나온 지 꼬박 4년 만이다. "너무 설레서 잠을 잘 못 자요. 부모님이 손자들 얼굴을 한 번도 못 봤거든요. 아버지도 많이 아프신데, 곁에서 제 손으로 간호해 드리고 싶어요." 호릉 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도 남아 있다. 친정으로 갈 때 반드시 배우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부부는 남편의 회사가 긴 휴가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남편이 같이 가 준다고 말했을 때 너무 고마웠어요. 회사도 저희를 이해해 주겠죠? 그렇게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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