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삼방동에 식자재마트가 문을 연 후 삼방전통시장에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조나리 기자

 

지난 8월 경영악화로 문을 닫은 홈플러스 동김해점 자리에 대형 식자재마트가 들어섰다. 그러나 식자재마트가 준대규모점포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의 일반 슈퍼마켓으로 등록하면서 주변 소상공인, 전통시장과의 상생이 이뤄지지 않아 갈등을 빚고 있다.
 

 삼방시장 상인들 “고객 사라져”
“생존권 위협” 항의 집회 나서
 의무 휴무·영업시간 조정 요구


지난 2일 오전 10시 김해 삼방시장 고객지원센터. 한창 하루 판매할 물건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느라 정신없이 바쁠 상인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평소 일과를 다 마친 저녁에야 회의를 진행하던 것과는 달랐다. 상인들의 얼굴 역시 침울함이 감돌았다.
 
지난달 26일 삼방전통시장과 500m 거리에 식자재마트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식자재마트는 개점 전부터 아이스크림 4개 1000원, 달걀 3판에 5900원 등 파격적인 가격으로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상인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한 날 역시 삼방시장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삼방전통시장은 약 30년간 동김해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 왔다. 그동안 대형마트가 지역에 우후죽순으로 생길 때도 그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냈다. 시민들이 편리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을 때에도 '소풍'이라는 주제로 시장을 새롭게 꾸미고 오히려 전통시장에 대한 향수를 내세워 고객을 유치했다.
 
덕분에 '장사가 안 된다',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다른 전통시장과 달리 삼방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시장 상인들 역시 '죽는 소리'를 안 하겠다며 더욱 힘을 냈다. 삼방시장은 전통시장 우수사례로 전국에 알려져 다른 시장에서 벤치마킹을 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상인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상인들은 "삼방시장의 최대 위기"라며 입을 모았다. 상인들은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보다 더 시장과 소상공인을 압박하면서도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생을 피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2일 삼방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긴급 상인회의가 열리고 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강정일(54) 씨는 "대형마트는 대부분 공산품을 팔지만 식자재마트는 먹거리를 팔기 때문에 전통시장과 품목이 완전히 겹친다. 식자재마트가 문을 연 후 매출이 50~70%가량 줄었다. 다 팔지 못한 채소를 버려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에 희망을 걸고 최근 정육점 운영을 시작한 한 30대 사장은 매출이 70%가 줄어 물건값도 못 줄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전통시장 인근에서 노점으로 떡볶이를 팔아오다가 전통시장 내에 자릿세를 주고 들어와 장사를 시작한 상인들 역시 "사람 자체가 지나가지 않는데 어떻게 장사가 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자재마트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에 위협을 주고 있지만 규제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상인들의 걱정이 더욱 크다. 식자재마트는 홈플러스 건물 1층 2912㎡만을 사용해 규모 3000㎡ 이상인 대형마트가 아닌 일반 슈퍼마켓으로 돼 있다. 김해시에서 대형마트 영업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사업자 등록만 마쳤기 때문에 '상생협약'을 논의할 기회도 없었다.
 
상인들은 생존을 위해 항의 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상인들은 근무시간 조정, 의무 휴무제, 가격분쟁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시에는 촛불집회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삼방시장 안오영 회장은 "시설현대화 공사, 고객지원센터 건립, 골목형시장 육성사업,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등으로 자부담을 포함해 46억 원을 시장에 투자했다. 이렇게 전통시장에 투자해놓고 전통시장이 살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혈세 낭비다.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것 뿐 아니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점포에 대한 세분화된 기준을 세우는 등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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