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고른 사진으로 생생한 대화
 시간·인물 아닌 8개 주제로 설명
“그림보는 관점 통해 세상 이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존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어린이들을 위해 그림 설명서를 출간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오랫동안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썼다. 두 거장은 직접 고른 그림을 두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고 둘의 친근하고 생생한 대화는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책은 그림이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설명하기 위해 의미있는 그림들을 골랐다.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에 그려진 황소 그림과 피카소 올빼미를 연달아 감상하며 책은 시작된다.
 
이후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들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계속 등장한다. 회화·사진·설치미술·영화·애니메이션·게임에 이르기까지 온갖 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그림들을 만난다.
 
책은 시간순으로 혹은 인물별로 미술을 소개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그림을 그릴까', '무엇이 흥미로운 자국을 만들까', '그림자란 정확히 무엇일까', '화가는 어떻게 장면을 설정할까', '화가는 빛을 어떻게 활용할까', '화가는 어떤 도구를 사용할까', '그림이 정말 움직일 수 있을까', '그림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등 8가지 주제에 따라 그림을 바라보게 한다.
 
데이비드와 마틴의 대화를 따라 다양한 형식의 그림을 만나다 보면, 도구와 기술이 화가들의 작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의 관점을 이해하게 된다.
 
말미에는 발명품의 역사를 수록해 천연 안료부터 종이·거울·금속·물감·튜브·카메라·컴퓨터 등 그림 도구들의 등장 시기를 연도순으로 정리했다. 그림 목록도 있어 원하는 부분만 찾아볼 수도 있다.
 
로즈 블레이크가 그린 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의 캐릭터들과 데이비드의 반려견 캐릭터가 책 곳곳에 등장해 책을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만들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림을 보고 사람들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권한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관점에서 그림을 본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미술의 멋진 장점 중 하나라고 표현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가진 다른 관점을 이야기하다 보면 세상을 이해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단다.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그림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그릴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림을 이해하는 안목이 더욱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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