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화가친의 계절입니다. 평소에 책 보기를 '돌 보듯' 하는 사람도 소슬한 가을밤 책상 앞에 앉으면 한 권의 책을 펼쳐 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선박 없이 해전에서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책 없이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서울대 조국 교수는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은 흐르지 않는 물을 계속 먹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경구는 아마도 책의 숫자 만큼이나 많을 터입니다.
 
김해는 책 읽기에 안성맞춤인 도시입니다. 바로 '책 읽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책 읽는 도시' 슬로건은 2007년 김종간 전 시장 때 추진한 정책입니다. 저는 김 전 시장과 일면식도 없지만, '책 읽는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건 그의 문화적 감수성에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책 읽는 도시'가 비단 구호에만 그쳤다면 이렇게 공치사할 일은 못됩니다. 구호에 걸맞는 후속조치들이 명실상부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책두레' 사업입니다. 칠암도서관을 중심으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 38개 도서관 어디에서나 원하는 책을 대출받거나 반납할 수 있도록 통합서버를 구축한 게 '책두레'입니다. 34개나 되는 작은도서관들이 '책두레'에 들어온 것은 지자체 도서관 사(史)에 획기적인 일입니다. 작은도서관이 가장 잘 조직된 지자체 중의 한 곳이 김해입니다. 전국 지자체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꾸준히 찾아오고 있는 게 그 증거입니다.
 
김해의 '올해의 책' 선정도 차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마다 주제를 잡아 관련 책을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어린이 책을 선정하는 것도 색다릅니다.
 
하지만 지난해 김맹곤 시장 취임 이후 '책 읽는 도시'의 면모가 다소 색을 바래고 있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김해시는 작은도서관 한 곳당 월 운영비를 기존의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깎았습니다. 타 부서에 비하면 삭감액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명합니다만, 이 금액으로 도서관 한 곳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건 불문가지입니다.
 
부족한 사서도 '책 읽는 도시'로 비상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김해와 진영도서관 등 2곳의 도립도서관 사서가 20명인데 반해 5개 시립도서관(개관 예정인 기적의도서관 포함) 전체의 사서가 2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서는 도서관 운영의 심장 역할을 합니다. 학생들의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식당에 영양사가 필요하듯, 시민들의 균형 잡힌 독서를 위해 사서는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빌 게이츠는 "지금 나를 있게 해 준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라고 했습니다. 김해의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사람 중에 '한국의 빌게이츠'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순천시 기적의도서관이 전국 최고의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책 읽어주는 시장'으로 유명한 노관규 순천시장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 입은 바 큽니다. 그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도서관 만한 것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김해시는 많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도서관 지원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구미 선진국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도서관을 만들고 사서를 육성하여 지식과 문화를 활성화시켜 온 것은 보편적인 사실'(최정택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임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맹곤 시장의 발상의 전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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