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 이주해와 살고 있던 원로 영화배우 김추련(65)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일 오전 11시 45분께 김해시 내동 소재의 오피스텔에서 김 씨가 목을 매 숨진 것을 그와 같은 교회에 다니던 강모(50) 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강 씨는 "이날 오전에 김 씨 편지를 받았는데 죽음을 의미하는 이상한 내용이 있어 오피스텔로 찾아가 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강 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내 죽음을 확인한 다음에 112에 신고해 줄 것"을 강씨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독신으로 살아온 김 씨가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과 우울증에 시달려왔다는 지인들의 진술을 근거로 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실제 김추련이 묵었던 방에서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견디기 힘들다. 팬들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결혼도 하지 않고 객지에서 혼자 생활했기 때문에 외로움이 더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남성적 외모와 선 굵은 연기로 1970년대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김 씨는 이원세 감독의 '빵간에 산다'(1974)에서 주연인 '영식' 역으로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했다. 교도소 내 죄수의 사랑을 그린 '빵간에 산다'로 김 씨는 그 해 열린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이후 '비녀' '빗 속의 여인들' '학도의용군' 등의 히트작들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김 씨를 확실한 청춘 스타로 등극시킨 영화는 당대 최고의 배우 신성일, 장미희와 함께 출연한 '겨울여자'(1977)다이. '겨울여자'는 서울 인구가 600만 명이던 당시, 1개 상영관에서 58만 명 관객 동원이라는 흥행 신기록을 달성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연기 활동이 뜸해진 김 씨는 여러 사업에 손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006년 '썬데이 서울'로 스크린에 복귀하며 제 2의 전성기를 꾀하기도 했다. 지난 9월 개봉된 박갑종 감독의 '은어'(2010)가 김 씨의 공식적인 유작이다.

고인의 빈소는 누나가 거주하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동마산 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7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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