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봉초학부모비상대책위가 지난 8월 김해 구산동 구봉초등학교 앞에서 학교 이전 반대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조나리 기자


가야사 2단계 사업으로 이전 위기에 놓인 김해 구봉초등학교 학부모가 교육청, 김해시와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학교 이전과 존치를 두고 엇갈리는 의견 차가 좁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봉초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경남교육청, 김해시 등과 함께 '제2가야사 발굴사업 협의회'의 구성원으로 확정됐다. 협의회는 이달 말부터 가야사 2단계 사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야사 2단계사업 구역 지정으로 갈등 촉발
 비대위·교육청·김해시 협의회 만들어 해법 모색
“이전 불가피하다면 김해건설공고 부지로 옮겨야”


 
■문 정부 출범 후 가야사 2단계 급물살
올해 중순부터 구봉초등학교 이전 문제는 동김해지역의 '뜨거운 감자'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가야사 복원과 함께 가야역사문화 환경정비사업 2단계(이하 가야사 2단계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며 학교 부지가 김해 구지봉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해시는 구산동 199번지 일대 9만 3485㎡에 1400억 원이 소요되는 가야사 2단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김해구지봉~대성동고분군~봉황동유적지를 묶는 17만㎡ 규모의 가야역사문화 벨트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내년부터 예산 280억 원을 투입해 세부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부지 보상에 착수해 연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답보상태였던 가야사 2단계 사업의 추진은 김해지역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사업지에 포함된 학교와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해당 사업지에는 김해교육지원청, 김해서중, 구봉초, 김해건설공고 등 4개 기관·학교가 있다.
 

▲ 김해 가야사 2단계 사업 완성 뒤 조감도.


■학교 이전 문제는 2006년부터 불거져
가야사 2단계 사업이 급물살을 타긴 했지만 학교 이전이 갑작스레 나온 문제는 아니었다. 
 
가야사 2단계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처음 추진된 사업이다. 당시 김해시와 경남교육청이 협약을 맺고 4개 기관·학교 이전과 토지 매입에 대한 문제를 협의한 상태였다. 경남교육청은 2010년 가야사 2단계 사업을 위해 삼계동에 김해건설공고 부지를 매입했고, 구봉초·김해서중도 주촌선천지구로 이전하거나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 등을 고려 중이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사업 기간은 당초 2006~2012년에서, 2012~2018년으로, 또 다시 2018~2022년으로 늦춰졌다.
 
가야사 2단계 사업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학교와 기관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전 예정된 시설이었기 때문에 낙후된 건물에 시설투자를 할 수 없었다. 겨울철 화장실의 물이 얼거나 이중창이 설치되지 않아 학생들이 추위에 떨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학교는 언제까지 사업 추진을 기다릴 수 없다며 교육지원청에 건의했고 지난해 건설공고와 구봉초는 일부 환경 개선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학교 분산 계획에 학부모 결사 반대
10년 전 예견된 사업이었지만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구봉초 학부모들은 지금껏 힘을 모아 운영해왔던 '행복학교'가 물거품이 될 처지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1980년 문을 연 구봉초는 행복학교 선정 이후 2014년 학생 수 275명에서 올해 324명으로 느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지난 7월 학교를 분산 배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보이자 학부모들은 김해시청·교육청·시의회 간담회, 경남교육감 면담, 문화재청 방문 등 각종 기자회견, 촛불 집회를 벌이며 학교 이전 결사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구봉초 학부모들의 반대 입장 외 건설공고 동문회 등도 학교 부지를 삼계동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추후 학교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 교육청과 시는 학교 이전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추후 협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경남도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걱정대로 곧바로 학교가 이전되지는 않을 것 같다. 빨라도 2, 3년은 걸리는 일인 만큼 천천히 이전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봉초학부모비상대책위 이은영 위원장은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앗아갈 수 없다"며 "학교 존치를 원하며,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도저히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약 1.5km 떨어져 있는 김해건설공고 부지로 옮겨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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