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카페 '마음 편하게 장사합시다'를 운영하는 박찬홍(오른쪽) 씨와 김범석 씨가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다. 조나리 기자



요식업 실패 딛고 모임 설립
2700명 회원 정모·여행 활동
"따뜻한 마음 사회에 전염되길"



"'사장'이라는 자리가 남들에게는 있어 보이고 부러워할 만한 자리일 수 있지만 사실은 정말 외로운 자리입니다. 어려운 경기에, 대기업에 밀려 고군분투하는 소상공인 사장님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음식점 10곳이 문을 열 때 9곳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웬만해선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대기업이라는 '골리앗'과 경쟁해야 하는 소상공인에게는 더욱 잔인한 환경이다. 
 
이 가운데 김해, 창원에서 소상공인들이 힘을 모아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자는 '사장들'의 모임이 생겼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인 '마음 편하게 장사합시다'가 그 주인공이다. 
 
'마음 편하게 장사합시다'는 2015년 김해 장유에서 김치찜 장사를 하던 박찬홍(44) 씨와 창원시 진해구에서 소고기 장사를 하던 김범석(34) 씨가 만든 카페다. 일명 '마(마음 편하게 장사합시다) 소장'이라고 불리는 박찬홍 씨는 요식업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계기로 인터넷 모임을 만들게 됐다. 
 
박찬홍 씨는 "2011년 처음 식당을 운영하면서 실패를 맛봤다. 혼자 판단하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결과에 책임지고, 혼자 포기하는 자리가 사장이다. 이후 장사가 잘 풀렸고 그때부터는 나처럼 힘든 사장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장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를 열자 곧 회원이 늘었다. 학원, 공방, 꽃집, 한의원, 카페, 자동차 정비소 등 김해와 창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의 사장들이 모여 현재 회원 수가 2700명에 달한다. 회원들은 이왕이면 지인의 가게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서로의 영업장을 주로 이용하며 '상부상조'하고 있다. 
 
마음 편하게 장사합시다는 사장들의 고충을 나누는 친목뿐 아니라 정보를 나누고 마케팅 전략을 연구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모임은 월례회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하는 시간이다. 김범석 씨는 "사장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를 받는 것인 것 같다. 비슷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니 공감대가 쉽게 형성이 된다. 힘든 현실에 함께 눈물을 흘릴 때도 많다"고 말했다. 
 
매년 1월에는 마음을 굳게 먹기 위해 얼음물에 입수를 하기도 하고 전체 가족이 모여 소풍을 가는 행사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SNS 특공대' 같은 홍보 방안, 노무 관리법, 부동산 관련 교육 등도 이뤄진다. 새롭게 바뀌는 법안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하고 대처해 나가고 '마소장'에게 요청 시 가게 마케팅도 제공한다. 
 
김해시 구산동의 한 갈비집은 이 마케팅 전략으로 입소문이 나 많은 고객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박찬홍 씨는 "한 회원이 운영하는 맛있는 갈비집이 있어 방문했었다. 손님이 없다 보니 사장님이 힘이 없었다. 그때 '20년 넘게 갈비집 외길 인생'을 살아온 것을 달력 뒷면에 직접 적어서 벽에 붙이면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해 추천했다. 또한 매년 손이 꽁꽁 얼면서 직접 김장을 하는 사장님 부부의 사진도 크게 인화해 벽에 붙였더니 고객들이 그 정성을 알고 많이 찾아줬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컨셉트를 잡아준 적도 있다. 김해 율하의 한 고깃집의 사장이 해병대 출신인 것을 알게 돼 해병대 옷을 입고 '필승'을 외치며 장사를 하라고 권한 것이다. 이후 해병대 출신의 고객이 이 가게를 찾아 자신의 해병대 배지, 물품을 기증해 일명 '해병대 고깃집'이 됐다. 
 
이들은 대기업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색'을 찾아야 하며, 이런 아이디어는 서로 뭉쳐서 소통하고 도울 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박찬홍 씨는 "홀로 장사를 하면서 희망이 없고, 세상에서 나만큼 힘든 사람도 없다고 느낄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돌아보면 세상의 따뜻함이 있고 도와줘야 할 사람들도 있다. 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을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이 전염돼 자연스럽게 소상공인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