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며칠 전 처음으로 아이의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면접시험 길에 동행하였다.

아이는 몇 곳의 대학에 수시모집 원서를 제출하였고, 그중 서울의 모 대학에서 1차 평가를 통과하여 최종 면접에 응했다. 면접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준비한 자료를 수십 번 읽는 듯 했다. 아이의 손에 쥔 자료는 닳고 닳아 너덜했다. 얼굴에는 감추지 못하는 심리적 압박과 초조함이 가득했고 불안감에 휩싸인 아이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롯이 홀로 힘듬을 감당하는 모습이 못내 가슴 아팠다.

내 아이를 포함하여 수학능력시험을 치루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고3 학생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미 경험한 부모이자 선배로서 어떤 격려와 수고의 말을 전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연일 언론에서는 수험생이 주의해야 할 사항과 마지막 공부법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수능 건강식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사찰이며 교회며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안쓰럽게 비춰지고 있다.

지금 이 시점 수험생에게 어떠한 격려도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 했는지 한번쯤 돌아보길 바란다. 낡고 닳은 교과서와 문제집들, 힘겹게 지내온 시간과 정성, 간절함을 믿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도록 집중하길 바란다. 충분히 고생했으니 자신을 믿어 보자.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와는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꼭 해주자. 지금까지 노력한 그 자체로도 자신은 이미 빛나고 있음을 꼭 스스로에게 얘기해 주길 바란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연설한 연설문의 일부를 소개하며 수험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해 본다.

"어제 실수 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 질 수 있는 나도 나일 것입니다. 이런 내 실수와 잘못들 모두 나이며, 내 삶의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무리입니다. 저는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한발 더 나아가 봅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여러분들께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해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많은 흠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합니다." <방탄소년단 유엔 연설문 중에서>

세계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것은 연설과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추는 것에 이유가 있지 않다. 그들이 처한 크나큰 어려움이 있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믿음을 가지고 용기 내어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자는 메시지에 열광하는 것이다. 그 메시지가 바로 지금까지 수능이라는 시험만을 보며 달려왔을 수험생들에게 가장 건네주고 싶은 말이다. 이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해보자. 수험생 여러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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