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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찻집‘책의 도시’ 김해…시인의 눈 - (24) 백미늠 시인
  • 수정 2018.11.14 10:05
  • 게재 2018.11.14 09:58
  • 호수 397
  • 1면
  • 백미늠 시인(report@gimhaenws.co.kr)

백년찻집

백미늠
 

가을입니다
그대 많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치자꽃 보다 예쁜 부영 꽃이 
일주문을 향해 웃고 있습니다
흐린 오늘 
백년찻집이 더 환한 까닭입니다
 
살아온 날이 눈물이었고 
살아 갈 일이 한숨뿐인 사람들이 
순하게 착하게 웃고 있습니다
가시에 찔린 마음 
푸른 멍이 많은 사람일수록 
타인을 곱게 바라볼 수 있나봅니다
 
누구를 사랑하는 일은 
불길이 가슴을 다 태워도 피하고 싶지 않는 일
결국은 
자신을 더 사랑하지 못함을 후회를 하듯
뚝뚝 떨어져 있는 꽃잎에 
그늘이 닿아 일어설 줄을 모릅니다
가을이 천주산을 그냥그냥 넘어갑니다
 



<작가노트>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을 닮아간다”


1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입니다. 10년이 잠깐이라고 하지만 그 시간 안으로 오가고 쌓이고 패이고 덧칠된 무수한 일들을 떠 올려 보면 나는 열정적이었지만 실수 투성이었습니다.
 
그런 나를 좋아 해 준 친구가 있었습니다. 지역 봉사단체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는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금방 친해졌습니다. 말씨도 눈빛도 움직임도 조용하고 맑아서 그녀와 같이 있으면 분산스럽던 나는 금방 부드러워지고 차분해졌습니다.
 
그렇게 곱고 착한 사람에게도 불행과 불운은 찾아왔고 친구는 너무나 쉽게 무너졌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대인기피증에 걸린 친구를 몇 해 동안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나 이메일을 수없이 보내어도 답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고 있던 어느날 무작정 집으로 찾아가 강제로 차에 태우고 시골길과 산길과 강변을 말없이 달리다가 찻집으로 갔습니다. 가을 햇살이 참 좋다며 희미하게 웃는 커다란 눈망울은 눈물에 젖고 있었습니다. 분분했던 나의 마음이 고요하게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상처 많은 사람에게서, 한없이 약해져 있는 사람에게서 오히려 위로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늦가을이면 그 친구가 무척 그립습니다.

 

▲ 백미늠 시인

 ·밀양 초동 출생
 ·2006년 제2회 낙동강 여성백일장 산문 부분 우수상
 ·2008년 <문학공간> 시부분 신인상
 ·2012년 제1회 울산전국문예전 시조 부분 대상
 ·현 김해문인협회 회원 /·현 구지문학 동인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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