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련 김해뉴스 독자위원·덕정초등학교 교사

아침 독서시간 반 아이들은 애절하면서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책을 읽어달라는 무언의 간절한 표현이다. 2학기에만 이미 두 권의 책을 읽고 또 읽었던 아이들이다. 그런 반 아이들에게 매일 조금씩 읽어주고 있는 동화책이 있다. 
 
지난 7월, 김해뉴스 기획시리즈인 <책 읽는 시민 김해 미래 바꾼다>에 소개된 이 책은 이경화 장편동화 ‘담임선생님은 AI’ 이다. NIE 시간에 책 정보 기사를 읽으면서 반 아이들과 꼭 읽어보자고 약속했던 그 책이다. 
 
책을 읽어 준 첫 날, 반 아이들은 인공지능 로봇을 담임선생님으로 둔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나 역시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우리들은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했다. 그런 다음, 인공지능 로봇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인간의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지, 로봇에게 시켜도 되는 직업과 시키면 안 되는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치열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2016년 3월 12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을 내세운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지도 벌써 2년이 훨씬 지났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일상어가 되었고,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에서도 빠지지 않는 강의 소재가 되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교육과정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영국 의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고, 미국 노동자들은 로봇이 일자리를 뺏어간다며 파업하는 일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와 사회, 교육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낙관론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같은 극소수 자본가들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생산과 서버스를 가능하게 하는 최신기술일 뿐이며,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최신기술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깨지고 평화로운 삶이 위협당할 가능성, 더욱 심해질 부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어 버린 사회의 부가 극소수 자본가에게 몰리는 미래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인간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극소수 자본가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시대,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주체적이고 존엄한 인간으로서,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담임선생님은 AI’에서는 '인간다움'을 제시하고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담임선생님을 두 번 다시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순수한 동심과 인간다움, 이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인간다움을 성찰해야 한다.
 
내일은 수능일이다. 이미 정해진 답 하나를 찾기 위해 숨죽이며 떨고 있을 수험생과 그 차가운 현장에서 바짝 긴장해야 하는 시험감독 교사들을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효율성이 아닌 윤리적 가치와, 경쟁과 성장이 아닌 협력과 배려가 아닐까? 
 
인공지능 시대, 완벽한 기계 앞에서 우리 인간은 더 인간다워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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