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20대 남성이 자신의 척추가 이상하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외관상 특징이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환자 본인은 앞으로 보면 반듯하지만 옆으로 보면 척추가 휘어 보인다며 "꼭 치료를 해 달라"고 말했다.
 
몇몇 의원에서 그대로 두면 디스크가 올 확률이 높다며 교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이다. 그런데 자라목이나 어깨가 앞으로 심각하게 굽어서 통증을 유발하는 정도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의사로서 판단하기에 그저 정상인 몸이었다.
 
흔히 우리는 '정상'을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은 좌우 대칭이 되고, 오른팔과 왼팔의 길이는 같고, 머리 중앙에 가르마가 그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 인체는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조금씩 다르고 약간은 뒤틀려 있다.
 
'정상의 범위'는 일상생활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정도로,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도 유발할 가능성이 없는 수준이다. 이런 정도는 그저 '개성'일 뿐이다. '이상해 보이는 것' 정도로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통증이 발생하면 개성은 중요한 치료 포인트가 된다. 같은 나이라도 직업이나 생활 패턴에 따라서 질환의 경중이 다르게 나타난다. 성별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지병을 가지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개성 넘치는 척추를 만드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일반화된 치료가 개개인의 환자에게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개성, 즉 나이와 성별, 사회활동 범위와 치료 가능 기간 등을 파악해 치료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환자가 가진 질환의 특징을 잘 잡아내야 한다.
 
"척추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주위에서는 "그거 디스크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인다. 디스크가 워낙에 흔한 질병이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 이상이 있다고 하면 위암을 떠올리는 식이다.
 
하지만 척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척추에는 척추뼈와 디스크가 있고, 그 주변에는 신경이 지나가고 인대와 근육이 이들을 둘러싸고 있다. 아무리 디스크 질환이 많다고는 해도 디스크 외의 부분에서도 상당하게 질환이 발생한다. 따라서 신경과 인대, 근육을 살피지 않고 척추뼈와 디스크만 멀쩡하다고 해서 건강한 척추라고 확진할 수는 없다.
 
그런데 10여 년 전만 해도 디스크만 보고 척추 질환의 유무를 판단하는 오진이 자주 발생했다. 디스크의 색깔과 모양만으로 '병이 없다'며 아프다는 환자를 돌려보내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병은 검사 상 이상 유무에 따라서만 진단해서는 안된다. 환자가 고통을 호소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의료진이 병을 밝혀내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일 뿐인 것이다.
 
객관적인 검사 결과 뿐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는 맞춤 진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 개인이 느끼는 통증의 정도와 통증이 발생하게 된 원인, 통증의 변화 양상들을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세히 관찰한 후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믿을만한 전문의를 찾았다면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시기를 바란다. 김해뉴스 김훈 부산 세바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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