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훈 마르떼 대표.

골목,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으로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건물 사이나 뒷면에 형성된 길을 가리키는 말이다. 흔히 폭이 좁아 소수의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 지역에 많이 나타난다.

어릴적 골목대장이라는 말에 움츠려들게 했던 그 '골목'은 어느새 조금씩 잊혀지고, 이제는 랜드마크라 불리는 거대한 빌딩과 초고층 건물들만이 도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아 골목은 어둡고 위험한 공간이 돼버렸다.

인근 창원의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 4월부터 창원교육지원청과 함께 교육기부를 통한 '골목의 사회학'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골목길 투어 프로그램과 연계해 현직교사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26개의 골목 사회학 동아리를 만들었다. 자유학기제 및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2665명이 참여하고 있다. 골목의 가치를 깨닫고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골목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잘 담고 있다. 골목은 상권의 시작이자 지역문화의 태동을 함께 하고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지역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소중한 공간이다. 도시의 가장 기초가 되고 기본이 되는 골목을 알리기위한 창원교육지원청의 노력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창원시와 창원시교육지원청은 '우분투뮤지컬(연극)학교' 사업을 작년에 이어 2년째 공동지원하고 있다. 2017년 5개교 2300만 원, 2018년 7개교 2000만 원을 지원해 창작뮤지컬 및 연극을 만든다. 이 사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예술교육의 지원사업이 아니다. 바로 '골목의 사회학',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그 것을 학교에서 담아내는 것이다.

진해의 석동중학교는 올해 창작뮤지컬 '달을 담다'라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임진왜란 때 잡혀간 진해 웅천지역의 이죠라는 여자 도공의 이야기이다. 이 도공은 일본으로 잡혀가 그 도자기 기술을 일본 전역에 알려 일본 3대도자기인 히라토 도자기의 근원이 되었고 이후 도자기의 신으로 모셔져 매년 4월 8일이면 일본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창원의 신월중학교는 창작뮤지컬 '붉은 달'을 무대에 올렸다. 창원출신 독립운동가 단정 배중세 애국지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학생들이 직접 후손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대본을 썼다. 뮤지컬로 지역의 독립 운동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내가 사는 골목, 지역이야기를 예술교육과 함께 융합하게 만드는 교육이야말로 기능적 예술교육보다 더 큰 가치로 조명되는 정책사업이 아닐까 싶다. 

골목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사는 지역을 살핀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내 고장의 역사·문화에 대한 애향심을 갖게 한다.

골목의 가치는 습지와 같다. 습지를 효과적으로 보존하면 생물 종의 다양성을 증대시킬 수 있고 연안과 내수면의 수질을 정화할 수 있다. 수생자원을 풍부하게 제공 할 수 있는 서식처로서 이용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자연의 콩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 인류에게 오랜 기간 동안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 습지처럼 우리의 골목도 지역의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희로애락을 담아온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우리 지역의 또 다른 교육현장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이 돼 어쩌면 도시의 콩팥과 같은 존재라 말할 수 있다.

골목은 골과 목이라는 글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순우리말이다. 어원에 따른 많은 분석들이 있지만, 그 중 고을(마을)을 줄인 '골'과 몸과 머리를 연결하여 음식물과 숨이 오가는 '목'을 합친 말에 무게를 두고 싶다. 마을의 생명을 불어 넣는 그 곳, 골목을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만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의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지름길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해의 '골목의 사회학', 우리도 그 가치를 재조명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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