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규 김해뉴스 독자위원·인제대 법학과 교수·김해YMCA 전 이사장

필자는 국제관계나 남북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다. 단지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세계 최강대국들의 힘이 부딪히는 아슬아슬한 한반도에서 60여 년의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고, 내 나머지 삶은 물론 자손들도 살아내어야만 하는 이 땅에서, 전쟁보다는 평화를 애호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이다.

하지만 국제질서는 이성과 상식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힘의 논리에 좌우된다는 사실쯤은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을 통해 절감하고 있다. 지금의 남북분단 역시 우리 민족의 자의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와 그들의 이해에 따라 천형과도 같이 슬프고도 고통스러운 한반도에 지워진 멍에이다.

지난 70년 분단의 역사 속에서 한민족이 겪어야 했던 슬픔과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처참했다. 한국 전쟁으로 희생된 한민족은 그가 사는 곳이 남쪽이건, 북쪽이건 가리지 않았으며, 한반도는 군인, 민간인은 물론 전쟁에 참가한 연합군과 중공군들의 공동묘지로 전락하고 나라는 온통 폐허로 변했다.

당시 참전한 필자의 작은아버지는 최전방에서 인민군과 교전을 앞두고 받은 첫 휴가 후 귀대하자마자 전사해 미리 깎아둔 머리카락과 손톱만이 전사통지서와 함께 부모님 품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휴전선 비무장지대 어딘가에 누군가 비목이라도 세워 놓았을지, 지금까지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몇 년 전 국방부유해발굴단으로 입대한 아들의 손으로 혹여 작은아버지의 유해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해봤지만, 아들이 제대하던 날까지 그러한 행운은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이 휴전선에 도로를 연결하던 날 꺼져가던 희망이 실낱처럼 되살아났다.

이런 슬픔과 고통을 안은 이가 어디 우리 가족뿐이겠는가. 부모형제, 부부가 남북으로 갈라져 생이별을 한 채 지금까지 가슴 찢어지는 고통 속에 살아온 처절했던 이산의 삶, 그리고 남과 북의 독재정권에 의해 이 땅의 민중들이 겪어야만 했던 처참한 인권유린의 고통스런 세월들.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가슴으로 포옹하던 날, 평화를 사랑하는 남북의 민중들은 물론 세계 시민들도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가능성을 가슴에 품으며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쳤다. 한반도에 종전이 선언되고 남북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될 것이고,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의 어려운 경제문제도 활력을 되찾아 상생의 길이 열리리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또한 천문학적인 국방비는 사회복지비용으로 돌릴 수 있을 터여서, 남북 민중들의 삶의 질은 공히 괄목상대하게 나아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믿지 못하고, 진정 북한 핵이 두려워 경제제제 조치를 풀지 않는 것일까. 남북대결의 현상유지야말로 무기를 팔고 중국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다는 미국의 전략을 애써 숨기기 위한 핑계가 아닐까. 부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은 미국이라는 오해를 남북한의 민중들에게,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시민들에게 각인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사자성어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며,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당신의 의지와 결단에 달렸음을, 또 당신이 한반도 평화의 진정한 파수꾼이 되어주길 진심으로 애원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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