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회현의 첫 기억은 봄꽃이 아름다운 마을이였다. 인정을 베풀고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한적하고 아늑한 봉황대, 옹기 종기 모여있는 집들은 동화 속 같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마을이였다. 엉퀸 골목길, 깊은 땅속에는 오랜 시간의 보물이 묻혀 있는, 신비로운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였다. 감수성 영근 가을 밤이면 달 그림자와 사색을 나누고, 옷깃 시린 겨울 밤은 청년 초빼이들과 선술집에서 몸을 비틀었다. 봄에는 골목에 색을 더하고, 쨍쨍 여름은 마을에 불을 지르며, 아프리카 노래에 몸을 던졌다. 계절의 색이 바뀔 때마다 추억의 달콤함이 다른 마을, 오랜 시간의 흔적, 상념의 공간, 나는 이곳에서 무수한 사람들과 만남의 연속이였고, 더할 나위 없는 성찰과 성장의 시간이였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아픔을 함께 하기위해 모여든 535명의 설립자들, 사회와 단절된 노인들의 숨은 기능을 발전시켜 새로운 삶을 이어주고 동행해준 자원봉사자들, 의아한 존재의 시선에서 든든한 이웃이 되어준 마을사람들, 그들의 신뢰과 조력, 열정 담긴 응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지금의 회현당은 결단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현당을 통해 노인사회의 어려운 현상을 현장에서 경험하였다. 고단하고 아린세월, 가슴 속 시린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왔던 이 시대 노인들의 구구절절한 삶을 공유하면서 회현당이 풀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이루어야 할 중요한 철학적 가치를 배우고 깨닭는 연속이였다.

회현당 사람들은 지역사회를 기반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성공의 가능성을 열었다.

후미진 골목에 생기를 불어 넣는 골목디자인사업, 노래로 사람과 사람을 잇게하는 골목콘서트, 노인바리스타 양성학교 양탕국학당, 폐지 줍는 노인들의 배고픔을 배려한 회현객당, 마을주민들의 경작 놀이터 봉황대전 등 회현당의 공동체활동은 기획재정부와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지정한 '전국협동조합 우수사례, 우수상품'으로 선정되었고,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한마당'에서 최우수상,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가 평가하는 마을공동체 성공사례로 손꼽히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들이 만드는 공동체, 그로인해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꿈꾸게 되었다. 그 심장부에 회현당 사람들이 있었다. 회현당 사람들은 누구도 부여하지 않은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일꾼이였다.

그리고 회현당 사람들은 두 번째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으로 '회현연가'를 출판하였다. 2014년 4월 4일 회현당 설립자들에게 처음 작성되어 배포된 보고서는 '회현당 사람들'에게만 공개되었다. 지금도 회현당을 중심으로 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4년간 기록되었던 보고서가 출판되었다. 지역 문인들과 미술작가들이 편집에 참여하여 400페이지 분량의 엮어졌다. 책에 수록된 내용은 지난 4년간 회현당이 성장하는 과정과 마을 주민들과 호흡하면서 크고 작은 사업들을 통해 공동체를 만드는 모습을 담았다. 또한 회현당 보고서는 회현당 사람들이 제2의 회현당 '회현연가'를 탄생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회현연가는 소아암,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아이들의 부모가 참여하고 청년들의 재능과 마을사람들이 함께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사업이 융합된 사회적경제 기업이다. 회현연가는 '회현당 사회적협동조합'과 '생명나눔재단'이 3년전부터 기획하여 지난 4월 치즈연구소 문을열고 치즈가공 교육과 치즈개발 교육을 진행하요 생치즈와 발효치즈, 요구르트 등 치즈와 관련된 치즈가공식품 15종 연구, 생산에 성공하여 성과를 이루고자 한다.

회현연가 생산시설과 설비구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회현연가' 출판을 자축하며 힘껏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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