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대화 가능할 정도로 회복했지만 건강 악화
사고로 두 아이 잃은 고려인 부모 식음전폐
재단, 호흡 곤란 후 병원 초기 대처에 의문 제기
"다시 한 번 기적 일어나도록 응원을"

 

김해 서상동 원룸 화재로 인해 중태에 빠졌다가 차츰 건강을 회복해가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소년이 다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원룸 화재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생명나눔재단은 화재 사고 이후 회복 중이던 A(12) 군이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10월 20일 화재로 위독한 상태였던 12세 고려인 소년 2명은 지난달 의식을 회복한 후 화상 치료와 피부이식수술을 받는 등 빠르게 건강을 되찾는 듯했다. A 군 역시 간단한 식사와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A 군은 치료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지난 1일 창원의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A 군은 폐가 굳어지는 폐섬유화는 물론 기도가 폐색돼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뇌 영상판독 결과, 호흡곤란으로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A 군은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우뇌와 좌뇌의 손상이 깊어 A 군이 깨어난다고 해도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이다.

현재 A 군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며, 화재 사고로 세 자녀 중 A 군의 동생(4)과 누나(14)를 잃은 부모는 식음을 전폐하고 중환자실 앞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재단과 부모는 A 군이 처음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던 화상전문병원의 초기 대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단이 병원 의무기록사본을 확인한 결과, A 군은 지난달 30일 밤 11시부터 자가 호흡에 문제를 보였고 큰 고통을 호소하며 큰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은  지난 1일 새벽 3시 119 구급차를 불렀고 A 군은 새벽 3시 30분께 종합병원 응급실에 이송됐다.

재단 측은 "호흡 이상을 일으킨 4시간 동안 병원이 왜 환자를 이송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단은 A 군의 상태를 지켜보는 한편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 병원의 전체 치료 과정과 호흡 곤란을 일으킨 날의 상황 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

생명나눔재단 임철진 사무총장은 "경남도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환자 자신의 강한 의지로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회복 중이던 아이가 다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려하는 모든 일이 사라지고 아이에게 한 번 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