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을 찾은 고려인 다수가 생활고를 겪고 있어 한국 사회 적응 교육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해시의 외국국적 동포 수는 4000여 명.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입국 후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동포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언어 교육, 취업 알선 등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해 외국국적 동포 4000여 명
고려인 대부분 언어 소통 애로
언어 교육·취업 알선 등 대책 시급



출입국의 외국국적동포 거주 현황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우리나라 전체 동포 수는 43만 4101명, 김해지역으로 거주 등록돼 있는 동포 수는 4095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김해 등록 외국인 1만 8433명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에는 한국계 중국인이 2319명으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고려인이 1610명이었다. 김해의 외국국적동포는 2015년 9월 기준 2315명에서 3년 만에 409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동포, 특히 고려인들이 사회 적응하기에는 쉽지 않아 추후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동포들은 의사소통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별도의 교육 없이 곧바로 한국 사회를 접하고 있다. 정부는 동포들에 대한 우대로, 18세 이상 중국과 구소련지역 동포에 대해 3년간 유효한 복수사증(H-2)을 발급하고 있다. 사증을 받으면 유효기간의 범위 내에서 최대 4년 10개월까지 자유로운 출입국 및 체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고려인의 경우 고려인 3세까지(4세는 한시적 입국 가능) 비자 취득이 가능한데, 1930년대 강제이주 정책으로 언어와 문화가 잘 이어지지 않아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동포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취업은 물론 병원, 은행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동포들을 위한 자유로운 취업 활동 역시 '백수 동포'를 낳는 독이 되고 있다. 정부는 동포들을 위해 자유로운 출·입국과 취업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동포가 아닌 일반 외국인근로자들의 경우 입국 전 고용센터을 통해 사업장이 미리 정해진 후에만 입국이 가능하고 자신의 전공, 희망과 관계 없는 단순 노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동포들은 취업이 안 된 상태로 입국해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동포들은 일반 외국인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이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입국하는 동포들도 많아 구직을 못하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고려인 2세 초이 루슬란(60) 씨는 "고국에 오면 취업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을 아예 못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돈을 받아서 써야만 했다"고 말했다.
 
또한 동포들은 입국 후 외국인 등록증을 신청한 뒤 취업을 위해서는 3일간의 취업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교육이 한 달에 1번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아 약 2달간은 일자리를 아예 구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포 신분으로 입국했음에도 불법체류자와 마찬가지로 불법 취업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입국한 고려인 3세 김나탈랴(38) 씨는 "한국에 온 뒤 취업 교육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서 2달 동안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불법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나중에는 정식으로 취업을 했다"고 말했다.
 
김해의 경우 '구소련친구들'이라는 고려인 커뮤니티에서 언어 통역, 사회 적응 문제를 돕고 있지만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소련친구들 황원선 총무는 "자유로운 비자 덕에 동포들이 쉽게 입국을 하지만 입국 후 겪는 우여곡절이 크다. 입국 전 기본 한국어 교육이나 이수 시스템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현재는 직업 알선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언어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알선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양성적인 직업 알선 제도 혹은 고용센터의 취업 기회 제공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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