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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으로 소풍 나온, 순수시인 천상병문학의 향기 - 셋이서 문학관 ①천상병
  • 수정 2018.12.18 18:32
  • 게재 2018.12.11 16:24
  • 호수 401
  • 16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셋이서 문학관'.


마산중학 때, 김춘수와 운명적 만남
서울 상대 시절, 문예비평으로도 두각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생
'유고 시집' 내고 활동한 특이한 경력



티 없이 맑은 눈으로 살다간 시인 천상병과 파격과 재치의 작가 이외수와 걸레스님 중광. 우리 문단의 기인이라고 불릴 만큼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세 사람을 소개하는 '셋이서 문학관'은 서울 은평구 북한산 기슭에 마련된 한옥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첫 번째 걸음으로 다가선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천상병. 한옥 체험관을 개조했다는 목조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빛으로 웃음 짓는 시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 전시실 입구에 걸린 천상병 시인(1930년~1993년)의 사진과 대표작 '나의 가난은'.

시인의 대표작 '나의 가난은'에서 드러난 감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얼굴이다. 어떻게 오십 대 중년 남성의 표정이 그토록 해맑을 수가 있을까. 세상 물정은 전혀 모른 채 그저 글쓰기에만 빠져 살다간 골방의 샌님이 아닐까.
 
하지만 시인 천상병이 살다간 발자취를 알려주는 연보를 살펴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천상병. 열다섯 살 되던 해에 8·15일 광복을 맞아 전학 온 마산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일하던 김춘수 시인을 만나면서 문학세계와 인연을 맺는다. 이후 6·25 전쟁이 터지면서 미군 통역관으로 일했던 시인은 서울 상대에 진학하던 스물한 살 때 "나는 거부하면서 저항할 것이다"는 문예비평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대학을 중퇴한 후에는 외국 서적을 번역하다가 5·16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던 김현옥 부산시장의 공보비서로도 2년간 일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런 시인의 엘리트 인생은 서른일곱 살 되던 해에 끝이 났다. 어이없게도 1967년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동백림 간첩단'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것이다. 서울 상대 동기였던 친구가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동베를린을 구경하고 돌아온 사실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은 혐의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6개월간 교도소에 갇히는 몸이 됐다. 시인은 그때 받았던 고통은 훗날 간결한 시 한 편으로 기록했다.
 

▲ 천상병 시인과 자리를 함께한 이외수 작가와 걸레스님 중광의 사진과 캐리커쳐.

"이제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셔츠같이/ 당한 그 날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네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 가를…"
 
그처럼 무시무시한 공권력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고초를 겪은 시인은 마흔 살 되던 해에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그로부터 2년에 걸쳐 시인을 찾아 헤매던 친지 들은 "천상병이 세상을 떠났다"는 결론을 내리고 평소 그가 써 두었던 작품을 모아서 '유고 시집'을 펴낸다.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첫 시집을 유고 시집으로 펴냈던 시인. 하지만 얼마 뒤 천상병은 '서울시립정신병원'에서 발견됐다. 거리에서 쓰러진 시인을 행려병자로 판단한 공무원이 시립병원으로 옮겼던 것이다. 
 

▲ 천상병이 쓴 자필 일기.

그런 해프닝이 벌어진 이후에도 시인의 삶은 계속 가난했다. 오죽했으면 '가난은 내 직업'이라고 했을까. 그토록 물질적으로는 어려웠을지는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항상 여유로웠던 시인 천상병은 예순여덟 살 되던 해에 천진스러웠던 미소를 거두었다. 힘들게 살다간 세상을 "아름다웠다"는 말로 노래한 시 구절을 남기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김해뉴스 서울=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서울 은평구 진관길 23.
△ 중앙고속도로(81㎞)를 타고 가다 경부고속도로를 갈아탄 후(60㎞) 중부내륙고속도로(150㎞)
    를 이용하면 된다. 약 5시간 소요.

*관람 시간
① 오전 9시~오후 6시.
② 매주 월요일(공휴일엔 그 다음날), 1월 1일,
    설날 연휴, 추석 연휴는 휴관. 02-36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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