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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다 써버린 사람으로시론
  • 수정 2018.12.12 09:18
  • 게재 2018.12.12 09:16
  • 호수 401
  • 19면
  • 김용권 시인(report@gimhaenews.co.kr)
▲ 김용권 시인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찢겨 나간 페이지가 나의 찢겨진 일상 같아서 쓸쓸해진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경배하며 365번의 가둠과 쏟아짐, 빗금으로 가득한 날이었다. 찢겨진 달력도 어떤 날은 불쏘시개로, 어떤 달은 아이들의 딱지로 접히기도 했겠지만, 나는 열두 장 달력을 넘기면서 행선지를 빗나간 종이비행기의 궤적을 찾아간다.

구겨진 것들이 멀리 가지 못하고 가까이 있을 때가 있다. 시론을 게재하면서 시인으로서 얼마나 진솔하게 글을 썼는가? 그리고 독자들에게 얼마의 공감대를 형성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세상의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어느 길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이 가장 선명하고도 창창한 구현의 길이 아닐까 싶다. 그 길에서 나는 모두가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의 열쇠를 쥐고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꿈의 열쇠를 돌리는 일꾼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쓰는 몸 시, 우리는 치열하게 몸으로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열두 편의 시론을 올렸지만 한 편도 넉넉한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다만 김해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에 김해와 관련된 소재를 찾아서 내 나름의 서정을 만들어 올렸다. 소외되고 어려운 계층의 속마음을 읽어내고, 그 아픔 속에 떠도는 희망을 보았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의 입과 눈을 오려 붙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불러주려 했을 때, 서로에게는 따뜻한 위무의 손짓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사물에 자기의 마음을 얹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사물이란 실존의 개념이지만 어떤 마음이 얹어지는가에 따라 그 의미는 무한하게 변할 것이다.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과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고정화된 관념과 무관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물이라도 그 존재의 특성은 있는 것이지만 내가 존재의 의미를 과장하거나 퇴색시킬 때는 본래의 특질은 사라지고 개인의 욕망이나 권력의 층을 입고 마는 것이다.

내 이름으로 사는 것들, 또는 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들의 생각한다. 내가 무슨 의미로 다시 그 생각을 주입하고,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가에 따라 독자들의 생각도 무한하게 열릴 것이다. 이건 비단 사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람 속에서 변함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마음의 자세인 것이다. 나는 사랑을 다 써버린 사람이 아닌 아직, 그 사랑을 다 쓰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천년의 역사를 쓰고, 천 년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이곳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살아야 할 곳이기에 내가 써낸 김해의 이야기들이 따뜻한 몸짓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김해의 아버지, 김해의 아들들이다. 가락의 푸른 들판에서 막힌 물꼬를 터야한다. 세상의 깊은 상처 같은 물집을 터뜨리면서 나만의 보물창고를 들여 꿈의 분무기를 뿌리면서 가야 한다. 상처 입고도 천 년을 걸어가는 우곡사 은행나무처럼 또, 천년을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제 일 년의 시론을 마감 하면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올린다. 함께한 시간들이 내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재료임을 알겠다. 남은 시간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시인이란 무릇, 신의 푸른 물빛 지팡이를 건네받아야 하는 사랑의 마음으로 졸시 '내가 너를 기억하는 방식' 을 경건하게 바친다.

'경전철 문이 열릴 적마다/ 바닷바람이 꼬리를 물고 나왔다// 감아 치는 회오리가/ 물의 소용돌이를 닮았다// 언제부터 이곳이 금바다였던가/ 전설이 박혀있는 물의 붉은 단층을 들추면/ 조개의 집터가 있다// 유적지 같은 그 위에 아버지는/ 아버지의 학교를 세웠고/ 나의 학교를 낳았다// 태양의 어금니가/ 비닐하우스에서 발굴되었다/ 여기는 신어의 투명한 뼈가 돌아오는/ 새 왕조의 왕궁 같아서// 천 년을 같이 살고, 같이 죽는다 해도/ 나는 너에게/ 푸른 물빛 지팡이를 건네러 가야 한다// 물결처럼 뒤척이는/ 아버지 몸에서 소금냄새가 난다' (김용권의 '내가 너를 기억하는 방식'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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