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우유·커피·초콜릿 등
8개 음료 속 숨은 과학 원리
유체역학 활용해 명쾌하게 설명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하루 1000만 잔 이상 판매되는 250년 전통의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Guinness)'. 이 맥주의 매력은 쌉싸름한 맛과 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이다. 기네스는 주조 공정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생맥주를 따르는 방법 역시 엄격히 관리한다.
 
기네스 홈페이지에는 '완벽한 한잔의 기네스를 따르는 6단계 방법'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 ①기네스 전용 잔을 깨끗이 씻고 건조한다. ②맥주를 따를 때 잔을 45도 기울인다. ③맥주가 부드럽게 잔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한다. ④잔을 내려 놓고 거품이 가라앉도록 기다린다. ⑤다시 잔의 끝까지 맥주를 가득 채운다. ⑥잔을 향해 얼굴을 숙이지 않고 잔을 들어 마신다.
 
4단계까지는 거품이 가라앉도록 기다리는 과정이다. 기체와 얇은 액체 막으로 이뤄진 거품은 일반적으로 액체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위로 뜬다. 하지만 기네스 거품은 물리학 법칙을 위배해 마치 폭포처럼 아래로 쏟아지는 것 같이 보이는데 이를 '기네스 폭포'라 한다.
 
왜 기네스의 거품은 아래로 가라앉을까? 비밀의 열쇠는 기네스 거품의 성분과 맥주잔의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거품은 크기가 클수록 부력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위로 상승하고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부력의 영향이 작다. 다른 맥주들보다 크기가 매우 작은 기네스의 질소 거품은 위로 뜨는 경향성이 약해 쉽게 가라앉는 것이다. 기네스 폭포를 보려면 맥주잔 위쪽이 넓고 바닥이 좁아야 한다. 위쪽이 넓은 잔에서는 거품이 상승하고 가라앉는 거품들이 남은 벽면의 옆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반면, 위쪽이 좁은 잔에서는 거품이 상승하며 더욱 가깝게 밀착하기 때문에 다른 거품이 차지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커피 얼룩의 비밀'은 맥주·우유·와인·커피·초콜릿·칵테일·홍차 등 8개의 음료 속에 담긴 과학의 원리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물리학의 한 분야인 유체역학의 개념을 활용해 음료 속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거품, 표면장력과 점성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유체역학은 어떤 유체가 어떤 표면에 부딪혔을 때 튀어 오르거나 어떤 경우에 폭발하듯 터져오르며, 또 어떨 때 휘몰아치듯 소용돌이를 만드는지 설명하는 학문이다.
 
커피 얼룩 효과 부분도 흥미롭다. 책상 위에 떨어진 커피 한 방울을 다음날 살펴보면 얼룩이 균일하지 않고 중심은 상대적으로 연한 색이며 바깥 테두리는 진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물방울은 습도가 낮은 가장자리에서 증발이 활발히 일어난다. 증발로 인해 물이 사라지면 겉보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물방울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흐름이 발생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은 커피 알갱이들 역시 그 유동을 따라 이동한다. 가장자리에서 물은 계속 증발하고 커피 알갱이들만 쌓이는데 이것이 커피 얼룩에서 바깥 테두리 색이 더 진한 이유다.
 
거품을 실용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라테 아트에도 유체역학이 원리가 숨어 있다. 우유를 높은 곳에서 천천히 부으면 아래에서는 실처럼 가느다랗게 떨어진다. 액체의 연속적인 흐름에서 유량은 어느 지점에서든 동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아래쪽에서는 줄기가 가늘어지는 원리다. 따라서 우유를 붓는 속도와 높이를 조절하면 원하는 굵기의 선을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다. 이처럼 음료에 얽힌 과학적 신비를 탐험하다 보면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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