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섭 김해시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가 농산물 공동출하와 가공, 수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김해 7개 농협 공동출자
전문 마케팅·판로 확대 역할
농산물 공동선별로 품질 보장



 
"소비가 둔화돼 농민들이 1년간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이 농민들에게는 소득 증대를, 소비자들에게는 선별된 농산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겠습니다."
 
지난달 26일 김해의 대동농협을 중심으로 7개 농협이 공동출자한 김해시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조공법인)이 출범했다. 조공법인은 김해 농산물의 통합 경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공동출하와 가공, 수출 등으로 조합원(농민)의 소득증대를 올리기 위한 조직이다.
 
쌀을 공동으로 처리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김해에 농산물 전체를 다루는 조공법인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조공법인은 개별농장과 각 농협이 진행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마케팅, 판로 확대 등을 담당하게 된다. 최근 홍콩에 처음으로 딸기를 수출하게 된 사업도 조공법인이 참여했다.
 
김용섭 대표는 "장유, 주촌, 대동 등 김해 전역에 있는 농지가 산업화로 사라지고 있다. 전체 판매량이 줄어들고 소규모 농가가 늘 수밖에 없다. 출하금액이 적은 데다 가공, 유통 등에 들어가는 중간 비용을 빼면 농가가 가져가는 소득이 더 줄게 된다. 소규모 농가의 힘이 될 수 있는 조공법인의 출현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설명처럼 김해는 최근 4, 5년 사이 농경지에 큰 변화를 겪으며 조공법인에 대한 구상이 지속돼 왔다. 지난해 '진영 단감' 조공법인 출범을 위해 컨설팅 용역을 진행하던 중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범위를 전체 농산물로 확대시켰다.
 
출범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가공 농산물의 판로를 찾아달라며 조공법인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조공법인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각 지역 농협 담당자와의 긴밀한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공법인이 판로를 개척하는 동안 지역 농협은 필요한 출하량을 제공하는 등 협력이 필수적이다.
 
조공법인은 내년에 법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김해 농산물 판매 촉진에 나설 예정이다. 그동안 김해의 대형마트에서도 찾기 어려웠던 우리 지역 농산물의 비중이 늘어나고, 김해시와 연계해 김해 시내에 로컬푸드매장 '푸드마켓'(가칭)을 만드는 등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접할 수 있는 통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농산물 가공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가공상품이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과거 김해시, 인제대와 연계해 단감 조청, 부추 음료 등 가공식품을 연구·개발했지만 상품화로 이어지지 않아 사장(死藏)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이런 지역의 가공품은 수출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 소규모 농가에서는 불가능했던 가공식품화, 상품화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공법인은 농민뿐 아니라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공동 선별 출하가 이뤄지면 품질 미달의 농산물을 섞어 파는 이른바 '속박이'도 사라지게 된다. 품질의 규격화, 균일화가 이뤄져 누구나 조공법인 상표가 찍힌 농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김해 농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농가와 지역 농협의 협조를 당부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소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경기 침체에 수입 농산물 소비가 늘어나면서 우리 농산물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농가나 농지는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공법인을 통해 믿을 수 있고,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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