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훈 마르떼 대표

1984년 영화 '아마데우스'는 두 천재 음악가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살리에리의 질투의 시선으로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그려낸 명작이다. 많은 이들은 살리에리가 이 영화를 통해 질투에 눈이 먼 천재를 시기하는 좋지 않은 작곡가로 기억하지만 실제 살리에리는 우리가 잘 아는 슈베르트와 베토벤, 리스트, 마이어베어 그리고 (피아노학원을 조금이라도 다녔다면 잘 알 수 밖에 없는) 체르니를 직접 가르친 음악가이자 명교육자였다.

모차르트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많은 설이 있다. 살리에리가 독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모차르트와 부인 콘스탄체의 낭비와 사치벽으로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들이 떠돈다. 그중에서 실제 모차르트가 죽기 전 재정난에 빠진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가난해서 병이 들어 죽었다는 설에 가장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정 수입이 없는데다 간혹 작품에 대한 수입으로 아주 큰 금액이 들어올 때도 있었지만,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해 작품이 없을 때는 여기저기에서 돈을 많이 빌려 빚도 많았다고 한다.

요즘 삶의 질을 이야기 할 때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워크(일)와 라이프(삶)의 밸런스(균형). 스마트폰의 편리함으로 인해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가지만 반면에 일과 삶의 경계를 무너뜨린 주범은 바로 그 스마트폰인지도 모른다.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퇴근 이후 시간과 휴일에 쉼없이 쏟아지는 카톡과 메일 알림이 내 손안의 직장을 계속 맞이하게 만든다.

당대 클래식스타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매회 전석 매진으로 클래식 시장을 바꾸어 놓았다. 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아래 피아노 연주로 관객의 감성을 울리기 위한 그의 연주시간은 그의 일이며 업무이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면 다음 연주를 위한 연습 시간이 시작된다. 개인적인 삶을 누리는 시간이 아니라 또 다시 업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무대 위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최정상의 위치에서 전 세계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반복하는 연습 강도는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가들의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부러워하는 시선을 보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만큼 연주와 공연이후 또 다른 창작과 연습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굴레에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음악가의 삶이다. 휴일에도 관객을 위한 공연준비가 계속될 뿐만 아니라 고정수입이 없어 부업을 하면서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워라밸이 보장 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재능기부'와 '열정페이'로 학대를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예술가에게 주어진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끊임없는 몸부림이 계속 되고 있다.

예술은 그 사회가 제공하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하나의 척도와 기준이 되고 있다. 국민의 문화 예술적 소양과 수준은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삶의 질을 위해 예술 활동을 영위하는 객체와 주체의 워라밸이 이처럼 다른 것은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재로 추앙받는 모차르트도 워라밸을 위해 매일같이 작곡하고 연주하고, 또 연습을 반복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예술사학자 반 룬은 모차르트는 "신문기자처럼 일했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결국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채 가난과 과로 그리고 의뢰받은 작품의 마감기한 압박 속에 서른여섯에 요절했다. 그의 626곡이나 되는 작품 수는 어쩌면 그의 음악에 대한 위대함과 함께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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