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북유럽·인도 등
과학적 분석 통해 실마리

 

신화는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그 이야기들은 인간의 역사이다. 전의식과 무의식에 각인되어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다. 우리의 제도와 행동, 사고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된다. 칼 구스타브 융의 말대로 '신화는 인간 내면의 방향성이자 근원'이다.

살다 보면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별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하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왜 아무 말도 못했는지 분통이 터진다. 괜히 어느 사람을 미워하는, 속이 좁은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뻔한 일인데도 어처구니없이 실수를 해댄다. 내 마음인데도 원인을 도무지 모르겠고 뒤늦게 후회하는 사례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신화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에는 오랫동안 응축한 인간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서 제어하기 힘든 분노를 읽는다. 아르테미스에는 자신을 지켜내는 힘이 보인다. 프로메테우스에게는 공감과 배려를 배운다. 로키에게서 우리 안의 콤플렉스를 느낀다. 아르주나는 우리의 의무를 깨운다.

신화는 이처럼 마음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식과 자아라는 껍질을 깨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우리를 격려한다. 그리스·북유럽·수메르·인도를 아우르는 40가지 신화를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마음의 비밀과 신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북유럽 신화가 신비롭게 다가온다. 천둥의 신 토르는 자기 염소를 매일 저녁 죽여서 고기를 나눠 먹은 후 다음 날 다시 부활시킨다. 발할라에서 오딘이 키우는 수퇘지 세흐림니르 역시 요리된 후 저녁께 다시 살아난다. 죽음이 생명으로 변화하는 오묘함이 일상이 되는 신화에서 한 세상의 종말을 굳히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의 중심에는 '바가바드 키타'가 있다. 전쟁을 주저하는 아르주나에게 스승 크리슈나는 출전을 조언한다. 스승이 필요한 시간이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꼭 겪어야만 하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으로 등을 떠밀기도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흔들리던 우리의 눈빛이 제자리를 찾게 된다.

부산일보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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