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한때 나는 자신만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며 낭만을 찾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사회주의자 레이펑(1940~1962)의 전기인 '뇌봉'을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고, 이 책 한 권으로 나의 삶이 바뀌었다.
 
레이펑의 이름을 한자발음으로 그대로 표기하여 전기의 제목은 '뇌봉'이다. 이 책은 수많은 레이펑의 전기 작가 가운데, 레이펑 생전 소속 부대의 정치부 주임 진광생이 쓰고, 최성만·박태순 등이 번역한 책이다.
 
레이펑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범병사로, 중국에서는 이상적인 군인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많은 고생을 했으며 이십대에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다. 레이펑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국가와 인민을 위해,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다만 배우려 들었다. 항상 앞장서서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특별한 위업을 달성한 인물은 아니지만, 열정과 최선을 다했던 그의 삶은 중국인들의 가슴에 오래 기억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3월 5일을 '레이펑에게 배우는 날'로 지정했다. 이 날은 학생들이 공원이나 거리를 청소하는 날로 되어 있다. 또한 고향인 창시와 순직지인 푸순에는 '레이펑기념관'이 설립되었다.
 
'10억 중국인들 사이에 인민의 교과서로 추앙받은 젊은 사회주의자의 모범적인 삶' 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젊은 시절 나 자신이 삶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진지한 물음을 주었던 책이다. 레이펑의 말은 늘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만약 그대가 한 방울의 물이라면 다만 얼마의 땅이라도 적시었는가? 만약 그대가 한 줄기의 햇빛이라면 다만 얼마의 어두움이라도 밝혀 보았는가? 만약 그대가 한 알의 씨알이라면 한 소중한 생명이라도 키워 보았는가? 만약 그대가 하나의 작은 나사못이라면 그대의 일터를 언제나 굳건히 지키고 있는가? 그대가 만약 자기의 사상을 말할 수 있다면 그 아름다운 이상을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가? 생활의 창고에서 우리는 끝없는 소비자로만 되어서는 안 된다."
 
젊은 시절 나에게 다가온 이 한 권의 책은, 나 한 사람의 소중함보다 주위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나의 청춘은 책의 가르침 대로 살려고 노력하였으며, 또한 지금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나와 같이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고 행동하였던 동시대 청춘들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찌들어 있는 일상과 버텨내기 힘든 현실에 고뇌하는 청춘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의 소중한 삶을 재조명하기를 바라며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나는 시민운동가에서 서민의 삶을 대변하는 도의원이 되었다. 이 책은 현실정치인인 나에게 또 다른 실천을 요구한다. 나 역시 그렇게 노력하고자 할 것이다. 열정가득한 정치인, 아래를 살피는 정치인, 연구하는 정치인, 겸손한 정치인, 용기 있는 정치인, 대중에게서 배우는 정치인이 되고자 다짐한다.


>> 이천기는
1971년 부산 출생. 인제대학교 90학번으로 1997년 부총학생회장을 지냈다. 1996년에는 학생운동을 하다 7개월여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졸업 후 김해에서 청년회를 창립해 청년운동에 나섰으며, 민주노동당 창당과 함께 본격적인 당직자 활동에 나섰다. 현재 경남도의원(민주노동당·내외동)으로 활동하며 김해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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