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낼 때 느끼는
 우울감 등 정서 스트레스
"전문 치료체계 갖춰져야"



김해시 생림면에 거주하는 조봉현(27) 씨는 지난해 반려견 '보리'(요크셔테리어·수컷·당시 3살)를 떠나보냈다.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이, 베란다에 말려둔 나물을 잘못 먹은 보리가 위에 탈이 난 것이었다. 한창 건강하게 뛰어놀 나이였던 보리는 안타깝게도 얼마 안 가 조 씨의 곁을 떠났다. 그는 "나를 포함해 가족들이 보리를 정말 많이 아끼고 사랑했는데, 한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왔다. 너무 슬프고 힘든 시간이었다"며 "보리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죄책감 등에 시달렸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울증 증세가 찾아왔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 씨의 이러한 경험을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일컫는다. 펫로스 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반려인이 느끼는 상실감·죄책감·우울감 등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동물이 단순히 '애완'의 개념을 넘어 '반려'의 의미로 확장되면서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펫로스 증후군을 규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이 떠난 후, 삶의 목적을 잃은 것 같은 공허함과 함께 정서적인 고통을 격렬히 느낀다. 반려동물을 잃고 이 같은 고통·무기력감 등이 2~5개월 이상 지속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만큼 증상이 심화될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악화될 수도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에 육박하는 시대 상황과도 맞물려 펫로스 증후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은 동물과의 이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반려인들의 이러한 감정을 타인이 이해해주지 못하고 '고작 동물일 뿐'이라며 업신여길 때 펫로스 증후군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펫로스 증후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반려동물과 언젠가는 이별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준비할 것 △앨범·기록·루세떼스톤(반려동물의 유골분으로 제작되는 추모용 보석) 등 기념물 제작 △타인과 적극적으로 공감대 형성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전문치료 등이 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아이헤븐'의 정이찬 대표는 "업종 특성상 자연스럽게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보호자들을 많이 만난다"며 "사람마다 증상을 겪는 정도에 차이는 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죄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반려인들이 펫로스 증후군을 잘 이겨내고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전문치료 프로그램·기관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문화가 건강하게 안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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