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 씁쓸함·인간 외로움 담아

뭣이 그리 즐거운지 소주잔과 변변찮은 반찬을 앞에 놓고 파안대소하는 장터 사람들. 흑백 사진 속 익숙한 시골 장터 모습이 할머니의 깊은 주름처럼 마음 속 깊숙이 박힌다.

20여 년 전 장터 사진가 이흥재가 찍고, 시인 김용택과 안도현이 각각 썼던 책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김용택 시인이 쓴 '순창장, 갈담장의 추억'이 어릴 적 장터와 관련된 추억을 쓴 에세이라면, 안도현 시인의 '추억조차 사라져 갈 풍경'은 장터 풍경 사진에 맞춰 도시화의 씁쓸함과 그에 따른 인간의 외로움을 파고든다.

열심히 풀빵을 만드는 아낙네, 내놓은 물건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 국밥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노부부, 담배 한 대 물고 노점에서 나물을 다듬는 할머니…. 장터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따뜻한 시선과 잘 어울리는 두 시인의 글이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을 붙잡는다.

부산일보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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