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예술 작품들을 대하십니까? 음악회나 전시회에 갈 때, 혹은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그 작품에 대한 여러 정보나 지식들을 찾아보시나요? 아니면 예술 작품들을 즐겁고 재미있게 즐기면 그만이지, 무슨 공부인가 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미술작품을 처음 만날 때에는 순수하게 가슴으로 만나고 그 이후에 작품에 대한 배경 정보와 이론적 지식을 정리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 혹은 태도에는 이렇게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작품을 단순히 개인적인 느낌의 차원에서 작품의 외관을 보고 즐기는 것이죠. 이때 감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미술 작품의 외관 곧 형식입니다. 예술작품에서 형식이란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릇과 같은 것으로서 전달수단, 혹은 매체라고 하지요. 작품의 형태, 색, 전체적인 구성, 작품의 재료들, 회화로 말하자면 물감, 캔버스, 조각이라면 대리석, 나무, 청동 등과 같은 것들입니다. 작품에서 이러한 형식적인 측면은 우리 관람자가 작품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쾌감 혹은 불쾌감, 즐거움 혹은 우울함과 같은 느낌, 즉 특별한 미적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렇게 작품을 즐기는 입장을 미학 용어로는 예술에 대한 경험주의적인 입장이라고 합니다. 철학자 칸트가 대표적인데요. 칸트는 골치 아픈 철학 체계를 세웠지만 예술을 보는 입장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예술작품을 아주 심각한 것으로 바라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예술이 우리에게 일종의 진리를 보여준다고 전제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예술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입장이라고 하고 헤겔이나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가 대표적이지요. 이러한 입장은 주로 작품의 내용에 치중하면서, 작품이 담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 카라바조 作 ‘다윗과 골리앗’.

예술 작품에 대한 이 두 가지 감상 방법은 곧 미술을 비평하고 해석하는 주요 관점이 됩니다. 작품에 대한 형식 분석과 내용 분석이 그것이지요. 작품에 대한 형식 분석은 색채, 형태, 구도, 명암 등과 같은 세부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추상 양식과 사실주의 양식, 혹은 르네상스 양식과 바로크 양식 등과 같은 양식(style) 분석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외적인 형식을 대상으로 합니다. 한편, 작품의 내용을 다루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도상학(iconography)이 있습니다. 도상학은 그림과 관련된 텍스트나 문헌자료에 의거해서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인데요. 특히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기의 종교, 신화, 역사 등을 다룬 작품들을 해석하는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반라의 상태로 십자가에 달려 있는 남자를 볼 때, 그것을 "예수"라고 해석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성서라는 문헌자료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형식과 내용에 대한 분석은 미술작품을 해석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을 더하자면, 작가의 생애와 경험에 의거하여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7세기 이태리 바로크의 거장 카라바조의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작품을 위와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해석을 해보도록 하지요. 우선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 두 작품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극단적인 명암 대비를 통해서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바로크의 양식적인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에 대한 분석은, 어린 소년 다윗이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골리앗에 머리에 새총을 쏘아 맞춰 쓰러뜨린 다음 골리앗의 검을 빼어 그의 목을 베었다는 성서 속 이야기가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카라바조 자신의 경험과 관련하여 이 작품을 해석해 봅시다. 카라바조는 동성애자였는데, 그의 젊은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았던 경험을 이 작품을 통해 표현을 한 것으로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넣음으로써 자신의 애인에게 받은 정신적인 상처 혹은 심리적인 패배를 표현을 한 것이지요.

이상과 같은 세 가지 방법은 전통적인 미술사 해석의 방법론들입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해석 방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고자 한다는 점이지요. 그러나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는 에세이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제 점차 작품 해석의 주도권은 작가로부터 관람자에게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낳아 세상에 내 놓은 이후에는 부모의 뜻대로 할 수 없듯이 이미 세상에 나온 작품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해석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미술사 방법론이라고 하는 최근의 새로운 미술해석의 방법들은 맑시즘, 페미니즘, 기호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사상과 철학적 관점을 수용하여 작품에 대한 폭넓은 해석과 비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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