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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를 타다가'책의 도시’ 김해…시인의 눈 (28) 장정희 시인
  • 수정 2018.12.26 10:02
  • 게재 2018.12.26 09:54
  • 호수 403
  • 1면
  • 장정희 시인(report@gimhaenews.co.kr)

그네를 타다가

장정희

그는 모르고
내겐 생생한 기억으로 살아
둥근 발판이 되어 주었다

누군가 벤치에 앉아 오카리나를 불고 있다
그가 온 것일까?
그가 애청한다는 춤추는 용*이 들리고 
나는 덜미 잡힌 도둑처럼 겁을 먹고 있는데        
오늘따라 칸나는 왜 저리도 붉어서
헐렁한 양심에 불을 지르는지

목도리가 돼 준 것도
뜨거운 밥상 내밀어 준 것도
박수를 묶어 꽃다발로 보내 준 것도
그는 까마득히 모르고
오롯이 나만 알고 있는 사실

돈 떼어먹은 것 보다
놀이터 같은 그의 아량 베어먹은 것 같아
찝찝한 기분은 소금을 뿌려도 숨이 죽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
누군가 그네를 허공으로 밀고 있다   
빚이란, 숨길 수 없는 딸꾹질 같은 것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마음의 고통이다
또 석양이 지고 있다
그네에서 그만 내려야 해

*노무라소지로의 오카리나 연주곡


<작가노트>

마음의 빚


살아가다 보면 의도치 않게 신세를 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상대방은 예사롭지 않은 일로 생각할 테지만 나는 큰 은혜를 입었다.

한창 詩공부에 몰두하고 있을 때 기꺼이 달려와 응원해준 친구 덕분에 나의 원대한 꿈도 이룰 수 있었으리라 믿기에, 마음 한구석엔 항상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찬바람 불어오니 따끈한 아랫목 같은 유년의 친구가 생각난다. 수억의 돈 떼어먹은 것보다 마음의 빚이 더 힘겹다는 걸 알겠다.

친구에게 진 마음의 빚을 우선 시 한편으로 갚아도 되겠니?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눈덩이같이 불은 빚 갚으러 꼭 갈게. 

 

▲ 장정희 시인

 

·201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해문인협회 회원
·경남문인협회 회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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