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역 경륜 선수로 뛰고 있는 공성열 선수가 자신의 '자전거 인생'을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방 경륜시대를 연 창원경륜공단에서 33년째 현역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김해 출신 선수가 있다.

1994년 경륜선수 1기 후보생으로 프로무대에 진출한 공성열(47)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쟁쟁한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 귀감이 되고 있다. 공 선수가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육시간에 자전거를 타던 공 선수를 지켜본 체육 교사의 권유로 김해중학교 사이클부에 가입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뒤 '겁 없는 촌놈'은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전국대회에 경험 삼아 출전해 덜컥 준우승을 차지해 버렸다. 좁은 '김해바닥'이 난리가 났다. 그의 앞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김해건설공고 사이클팀을 거쳐 경남대 사이클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공 선수는 "스포츠는 천부적인 소질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열매를 수확해서인지 자만에 빠졌던 것같다"고 술회했다.

대학 졸업 후 실업팀인 흥아타이어에 입단했으나 1989년 IMF 경제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던 모기업이 사이클팀을 해체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그 공백이 무려 4년간이나 계속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정부가 경륜사업을 최종 허가함에 따라 1994년 제1기 경륜선수 후보생으로 화려하게 프로무대에 등장했다. 당시 31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프로무대에 뛰어들었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그는 한마디로 준비된 선수였다. 프로데뷔 1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된 '제
1회 스포츠서울배 경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초대 대상'이라는 성적은 그의 몸값을 당시만해도 천문학적으로 뛰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다 거머쥐었던 것이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추운 시련의 계절이 다가왔다. 2008년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 쇄골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는 재활기간이 길고 지루했지만, 부상을 계기로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공 선수는 올해 경륜선수 최하위급인 '선발'까지 내려왔다. 입
단 이후 최상급 선수들이 속한 '특선'에서만 줄곧 뛰던 그로선 만감이 교차했을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놀 때는 화끈하게, 운동할 때는 운동만 열심히 하자'라는 생활신조처럼 그저 묵묵히 자신의 페달만 열심히 밟고 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올해로 만 16년째 프로선수로 뛰고 있는 비결을 묻자 공 선수는 "한창 젊은 후배들에겐 힘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면서 "매 게임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을 즐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0살까지는 현역선수로
뛰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매일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건강식품을 챙겨 먹는다.

그는 병원에서 재활 과정을 밟는 동안 은퇴 후 노후생활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이크샵'을 차렸다. 현재 그의 바이크샵은 자전거 동호회원들의 아지트로 사용된다. 경기가 없는 날엔 동호회회원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거나 바이크샵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는 또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매주 화요일마다 자전거를 배우려는 초보 여성들을 위해 무료 강습도 실시하고 있다.

공 선수는 창원경륜공단에서 '제2호 부자(父子) 경륜선수' 기록을 세우고 은퇴하는 것이 꿈이다. 창원대 사이클선수인 그의 첫째 아들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군복무를 마치고 나면 창원경륜공단에 입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선수생활 은퇴 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바이크샵을 운영하면서 동호회 활동을 하는 한편 후진을 양성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정부에서 저탄소 녹색정책의 하나로 자전거타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김해시에서는 재정지원이 없어 김해의 자전거 정책은 실체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라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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