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해서 한의원을 방문한 분들께 자주 전하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세요!" 이 말을 해 놓고 돌아서면 "그런 무책임한 말이 다 있나? 누가 그 말을 모르나! 그게 되면 내가 여기 왜 오나!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라고 환자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내 마음을 죄송스럽게 만든다.
 
한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고 병을 다스려왔다. 동의보감에 "병의 근원은 하나이니 반드시 마음으로 생기지 않은 바가 없다"라는 구선의 말이 인용돼 있다. 그리고 신성한 의사(神聖之醫)는 마음을 다스려 병이 나지 않게 하였고, 침과 한약으로 병을 낫게 하려는 자는 보통의 의사(世俗之庸醫)라고 했다. '의학입문'에서는 "마음이 고요하면 모든 병이 사라지고 마음이 요동치면 온갖 병이 생겨난다(心靜則萬病息 心動則萬病生)"라고 했다.
 
EBS에서 방송되고 있는 도올 김용옥의 강의로 익숙해진 중용(中庸) 1장에 "모든 감정이 일어나기 전(마음이 고요한 상태)이 중(中)이요, 마음을 일으키되 그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 화(和)인데, 中和에 이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저절로 이루어진다(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라는 글이 있다. 동양의 고전은 이렇게 마음에 그 중요성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을 어떻게 해야 다스릴 수 있을까?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주로 집중과 통찰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집중(集中)은 중용(中庸)에서 말한 中에 마음을 모으는 것이고, 통찰(通察)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꿰뚫어 살피는 것이다. 한 곳에 마음을 집중하여 일어나는 잡념을 살펴서 다스리면 中에 이르게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中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잡념이 사라지고 본래의 마음만 남는 것이다. 본래마음(本心)에는 질병이 존재할 수 없다.
 
한의학에는 도인기공(導引氣功)이라는 명상과 운동이 결합된 아주 탁월한 치유법이 있다.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도인기공의 한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는다. 바닥에 앉아도 되고 의자에 앉아도 된다. 검지와 중지의 끝으로 온몸을 차례로 가볍게 두드리면서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을 한다. 두드리는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아픈 곳이 있으면 그 주위를 집중해서 두드려도 된다. 이 말과 함께 내 마음을 손끝이 닿는 신체부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잠자리에 들기 전에 1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매일 반복하다 보면 마음은 고요해지고 몸은 생명력으로 넘쳐나는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사람의 몸은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조화'와 '부조화'가 그것이다. 수만 가지의 질병은 단지 일시적인 부조화일 뿐이다. 모든 병은 조화로운 본래 마음을 회복하면 사라진다. 사람 몸의 질병은 마음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몸에 질병이 생겼을 때 그 원인과 해결책을 마음에서 찾는 습관을 길러 보자. 처음엔 어렵고 힘들겠지만 습관이 되면 쉽고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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