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어떻게 만났냐" "남편과 몇 살 차이 나느냐" "시어머니 모시고 사느냐" "너희 나라엔 이런 거 있느냐"….
 
중국 하얼빈시 헤이룽장성이 고향인 지춘화(31·외동) 씨가 9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받았던 질문들이다. 질문의 의도가 어떠했든 무심코 던진 이 같은 질문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지 씨를 괴롭했다. 한국어가 서툴렀기에 반론이나 해명도 쉽지 않았다. 답답했다. 서러웠다. 그럴때면 지 씨는 고향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전부 얘기하면 너무 걱정할까봐 반만 얘기했단다.
 
"그 땐 모든 여건이 지금보다 못했어요. 한·중 관계도 그랬고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도 심했어요. 교육 받을 수 있는 곳도 없었고요. 오자마자 직장생활을 해야 했는데 편견과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 때문에 상처를 참 많이 받았어요."
 
힘들었던 한국생활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였다. "큰 딸 보람(7)이가 태어났어요. 아이를 키우며 헌신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진심'을 발견할 수 있었죠. 그동안 힘들다고 남편에게 자주 짜증을 냈던 게 너무 미안했어요."
 
지 씨는 과거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인식을 조금 더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특성상 서로에 대해 알 시간은 부족하지만 단순히 조건만 보고 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도의 차이지 사는 것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며 시댁에서도 잘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특히 무엇보다 우위를 정하려고 하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배려하는 게 우선 아니냐는 것.
 
지 씨에게 여전히 어려운 것은 '아이들 교육'이다. "엄마 황사 때문에 피해가 얼마나 심한 줄 알아. 중국은 참 나빠." "유치원에 다녀온 보람이가 한 번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어떻게 답해줘야 할지 참 난감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를 통해 듣게 되는 사교육 얘기 역시 지 씨를 고민에 빠트린다. "학교만 잘 다닌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여러 학원에 보낼 형편은 못되고요.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교육에 가면 '잘 배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라'고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주부다 보니 하는 일 없이 바쁘죠 나이가 들면서 잘 까먹죠. 저희(이주여성)에게 해주시는 것 만큼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지원도 늘었으면 좋겠어요."
 
지 씨 부부는 2년 전 집 안에 있던 TV를 치웠다. 대신 아이들이 심심해 하면 책을 읽어 준다. 남편과의 호흡도 잘 맞아 알콩달콩 '눈부신 날'을 보내고 있다고. "처음엔 고향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그 다음은 아이들 때문에 눈물이 났고요. 그런데 지금은 남편 때문에 마음이 시립니다. 철부지 같은 저를 잘 보듬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 이가 늘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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