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권 시인

사물들의 체위는 고요하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햇볕의 고요함과 그것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 평온하다. 제 각각의 자리에서 빛나는 사물들, 평온하고 고요한 이름들에게 뜨거운 감정을 이입시킨다. 하나, 둘 무거운 침묵을 털어내고 사물들이 일어선다. 2018년의 감정 없는 사물들은 소리 없는 소리를 입고 가버렸다.

지난해 뿌린 꽃씨가 올해도 피어오르겠다. 피어오르는 그 꽃을 확인하려고 봄바람은 또, 조용히 올 것이다. 가버린 날들은 가버린 데로, 나는 이곳에서 내일을 기다릴 것이다. 내일은 아무리 당겨써도 모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내일은 불확실성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 이 불확실성의 미래가 우리에게 무한한 창조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기에 누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다.

희망이라는 것은 불확실 속에 존재한다. 이 희망은 새로운 감정과의 연대 속에 자라며, 시간과의 투쟁 속에 일어서는 것이다. 여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해지면 희망을 더욱 부풀게 하는 질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도 꼭 절망만 열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연과 필연 속에서 사랑의 감정이 이입되면서 희망의 결정체는 부풀게 되는 것이다. 희망은 절망과의 조우 속에 있다.

우리는 무수한 사랑의 체험을 하고 있다. 죽음보다 더한 사랑 앞에서 무수한 절망도 맛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절망의 끝에서 언제나 사랑이 싹터오는 것이다. 사랑 앞에 속수무책인 사물들, 여지없이 무너지고 일어선다. 사물은 인간 속에서 두 번 존재한다고 한다. 한번은 침묵하는 영혼 속에서, 한번은 말하는 정신 속에서 존재한다고 막스 피카르트는 말하고 있다.

이렇듯 사물은 경험하는 것과 변하는 것에서, 나를 새로운 현상 앞에 세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현상 앞에서 사물로부터 생기는 사랑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물들 속에서 사랑의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완전하지 못한 정신 속에서는 불안의 사물들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사물들은 그 불안마저 껴입고 묵묵히 가고 있다. 끝이 어딘지도 모르게 가는 것이지만 성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불안을 꺼내준 사람은 아직 그 방법을 모르고 답습과 모순의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멈추지 않고 간다면 사랑이 가득한 희망의 끝에 도달할 것이다. 작은 걸음 하나가 정상으로 가는 성공 비결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우리는 자기만의 색깔로 채색하여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원에는 꽃을 채우고, 집안에는 책을 채우고, 내 삶에는 무수한 사물들의 아름다운 생각을 채우며 간다. 행여 그 생각들이 틀린다 하여도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면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내일의 사물들을 당겨쓰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무수히 떨어져 아이들의 입 속으로 녹아들어도 나의 몫은 다 먹고 남은 막대일지라도 나는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불러들이고 키운 감정, 완전 무장한 내 사랑의 감정인 것이다.

아무리 써도 남는 내일은 무작정 오는 것이지만 내가 두드리는 문은 꼭 오른쪽으로 열린다. 생각의 차이가 오늘을 변화시키고 내일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생각이 다르면 사물들의 자세가 다르고 체위가 바뀌면서 삶의 질이 변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그 만큼의 열정적인 사랑을 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힘들지 않고 가는 세상이면 사랑도 소용없는, 희망의 내일을 열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올해 기해년은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천간에 '己'가 황을 뜻하는 토에 해당하므로 노란 돼지 즉, 황금돼지해인 것이다. 2007년 정해년에도 황금돼지해라고 요란을 피운 적이 있다. 정해년의 '丁'은 오행에서 불에 해당된다. 적색을 나타내는 것으로 붉은 돼지를 상술로 만들어 낸 것이라 한다. 올 기해는 육십갑자 돌아오는 정확한 황금돼지의 해로 무엇이든 생각을 바꾸면 돈이 되고 행복이 가득 차는 해라고 한다. 당신의 작은 희망이 현실이 될 때까지, 익숙을 외면하고 불평ㄹ 감수하며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때, 모든 사물들이 자세를 바꾸고 내 후광이 되어 비칠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꼭 잡고 가야한다. 지난해보다는 더 나은 황금돼지해, 기해년 올해를 위하여!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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