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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 감동’도 뇌끌림이다책(BOOK)
  • 수정 2019.01.02 10:27
  • 게재 2019.01.02 10:25
  • 호수 404
  • 12면
  •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hyun@busan.com)

 

 추상표현 현대미술과 뇌과학
 신경과학 측면 새로운 통찰
"기쁨 표현하려면 생각 단순화"



미술과 뇌과학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이 책은 환원주의가 두 문화를 연결시겨 주는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원주의란 다양한 현상을 기본적인 하나의 원리나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으로, 책에 따르면 '가장 단순한 표현 형태를 탐구해 유달리 복잡한 문제를 푸는 전략'(61쪽)이다.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지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 추상표현주의 미술과 뇌과학의 통섭을 시도한다. 추상표현주의 계보의 꼭짓점에 위치하는 윌리엄 터너부터 시작해, 모네와 칸딘스키, 폴록과 로스코, 워홀과 여타 미니멀리스트까지 현대미술 거장들의 걸작들이 뇌과학의 탐구와 만나는 지점을 치밀하게 파고든다.
 
왜 우리는 단순한 것에 끌리는가? 왜 컬러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가? 이 책은 미학의 질문이 신경과학의 질문과 일맥상통할 뿐만 아니라, 두 위대한 문화가 서로를 비출 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 20세기 초의 물리학과 20세기 중반의 생물학은 환원주의 덕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저자 자신도 환원주의적 접근을 통해 20세기 후반에 뇌과학 분야에서 놀라운 발견을 해냈다.
 
그는 이 책에서 현대 추상미술 역시 환원주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같은 접근이 현대 추상미술의 창작과 감상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미술을 뇌과학으로 환원하는 시도는 작품의 가치나 감동을 깎아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가령, 클림트의 그림 '유디트'를 보자. 이 작품은 성교 후의 나른함에 빠진 채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들고 있는 유대인 여성 영웅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에로틱하면서 동시에 공격적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극과 극인 것처럼 보이는 섹스와 폭력은 어떻게 이렇게 밀접하게 연관돼 나타나는 것일까?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서로 접하고 있는 두 신경세포 집단이 있다. 한 집단은 공격 행동을 조절하고, 다른 집단은 성교를 조절한다. 자극의 세기에 따라 어느 신경세포 집단이 활성화 될지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서 행동도 정해진다. 전희 같은 약한 감각 자극은 섹스를 활성화하는 반면, 위험 같은 더 강한 자극은 공격 행동을 활성화한다.(123~124쪽)
 
무엇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뇌의 '하향 처리'가 자아내는 미적 감동이다. 뇌가 시지각을 처리하는 두 가지 경로인 상향 처리와 하향 처리 가운데 하향 처리는 좀더 고차원적인 정신적 기능, 즉 주의·기대·연상·기억·학습 같은 것들에 관련된다.
 
추상미술이 핵심적으로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현대미술가들은 이른바 '감상자의 몫'을 작품에 남겨두는데, 이는 달리 말해 하향 처리를 요구하는 시각 정보를 의도적으로 남겨두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몬드리안의 경우처럼 '선'이 될 수도 있고, 모리스 루이스처럼 '색'이 될 수도 있으며, 로스코처럼 '윤곽'일 수도 있다. 혹은 폴록이나 데 쿠닝처럼 '질감'과 '운동성'일 수도 있다. 각 화가의 환원 요소는 저마다 다르지만, 모호한 시각 정보를 강조하여 뇌의 하향 처리를 유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뉴욕의 추상 표현주의가 화가와 비평가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제2부는 미술과 관련된 뇌과학의 발견들을 주로 다룬다. 인간 시지각의 두 가지 주요 경로인 상향 처리와 하향 처리에 관한 설명을 비롯해 기억과 학습의 신경생물학이 소개된다.
 
제3부는 제2부의 설명을 기반으로 현대미술 작품들을 시대 순으로 검토한다. 윌리엄 터너와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서부터 사물의 구체적 형상이 파격적으로 뭉개지기 시작한다. 이후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데 쿠닝과 폴록, 로스코, 모리스 루이스 등 미술사를 수놓은 위대한 화가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의 작품에 대한 미술 감상 독법을 제시하면서, 추상미술과 뇌과학 연구의 연결점들을 치밀하게 모색한다.
 
제4부는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뇌과학과 미술은 환원주의를 고리로 하여 함께 사유될 수 있으며, 그것은 상호간에 유익한 통찰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화가들의 환원주의적 접근법에 대해 앙리 마티스는 "생각과 형상을 단순화함으로써 우리는 흡족한 마음의 평화를 향해 더 다가간다. 기쁨을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 우리가 하는 일은 오로지 그것뿐이다"(16쪽)라고 그 비밀을 간파한 바 있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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