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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와 돼지의 희생정신경제칼럼
  • 수정 2019.01.02 10:49
  • 게재 2019.01.02 10:47
  • 호수 404
  • 6면
  • 강한균 인제대 명예특임교수(report@gimhaenews.co.kr)

2019년 황금돼지의 새해가 밝았다.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 돼지가 황금빛 기운까지 더해졌으니 올해 운세만 본다면 더 할 나위 없는 길운의 해이다. 하지만 그늘진 한국 경제의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내 사정은 차치하고 미·중 두 고래들의 끝 모를 경제 패권전쟁, 온전히 풀리지 않은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금리인상, 개도국들의 달러 유출과 부도위기,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협상, 전반적 세계경기 둔화 등 외부요인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다.

한반도에서는 약 2천 년 전 돼지 사육이 시작됐고 삼국사기에 돼지는 하늘과 땅의 제사를 지낼 때 제전에 올려 희생될 제물을 마련하기 위해 길러졌다는 기록도 있다.

하기사 오늘날 사육되는 돼지에게도 희생이라는 삶의 궁극적 목표가 태생적으로 정해진다. 살찐 돼지가 먼저 희생되는 법이지만 그들은 인간처럼 잔 머리 굴리지 않고 오히려 경쟁적으로 희생할 줄 안다.

한국 경제 위기의 큰 요인들 중 하나는 집단 이기주의이다. 개인과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경제 주체의 당연한 행위이다. 하지만 일국 사회의 구성은 이해가 상반되는 상대와 상대 집단이 있는 법이다. 내가 하나 더 가지면 상대방이 하나 덜 갖는 전체의 합이 영이 되는 제로섬 사회이다. 집단 간 타협과 양보의 조화를 이룰 때 바람직한 사회가 된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정규직 임금인상 억제 등 정규직의 희생이 따라야만 가능하다. 막강한 대기업 노조의 목소리가 높을수록 하청 중소기업 납품 단가와 근로자 임금은 하락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빈곤율을 낮추려고 공적연금 수혜 혜택을 높이려니 일하는 20-30대 청년층은 불만을 넘어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주장한다.
 


쌀값이 올라가니 소비자들은 불만이고 정부미 방출로 쌀값 안정화 대책을 결정하자 농민 단체들은 자신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즉각 반발한다.

당뇨환자가 혈당치를 입력하고 의료진이 이를 모니터링해 피드백 해주면 약을 먹는 것과 같이 혈당을 감소시키는 스마트폰 앱이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하지만 의사 집단 등의 반발과 원격의료를 가로 막는 의료법이 기다린다.

중국은 약사가 원격처방을 하고 인공지능(AI)이 폐암을 진단하며 62가지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허용되지만 한국은 약사들의 반발로 13가지 상비약만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다. 국내 대형 대학병원의 임상 아이디어를 산업화하기 위해 자회사를 창업하는 데는 시민단체들이 의료 영리화라고 반대한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윤리를 해칠 수 있다는 종교계의 반발, 의료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 보호법 규제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공유경제의 상징인 출퇴근 시간 카풀시행은 택시 기사의 분신자살과 수만 명의 택시 기사 시위로 무기한 연기 됐다. 이 모든 집단 갈등을 조정하고 풀어야 할 정부는 손 놓고 있고 정치권은 표의 유불리를 따져가며 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

집단이기주의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고 오직 공멸만이 있을 뿐이다. 도요새와 조개의 싸움처럼 너와 나의 집단이 다투는 밥그릇은 4차 산업혁명 쓰나미에 언제 쓸려 내려갈지도 모른다.

'황금 돼지 해’를 맞아 집단 간 갈등 해소 방안을 우리 모두 돼지의 희생정신에서 배워보면 어떨까. 경제정책에 실패한 정부는 '돼지를 우리에서 내 몰 때 앞에서 귀를 잡아당길 것이 아니라 뒤에서 꼬리를 잡아 당겨야 한다'는 고 정주영 회장의 역발상 '돼지몰이론’의 가르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한균 인제대학교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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