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밥을 주다

이동배
 

묵묵히 뚜벅뚜벅 세상을 걸어가던
열심히 한 곳에서 모두를 사모하던
배고픈
기둥시계에
밥을 주며 꿈꾼다.

돌아 온 너와 나를 한없이 질타하며
한 세상 돌고 돌아 끝없이 나뒹굴다
오늘도
길을 감으며
꿈도 꾸고 싶은데

혼자서 빙빙 돌고 쉼 없이 째깍째깍
이 마음 돌려 잡고 세상을 휘어잡고
뜨르륵
감기는 세상
시각 위의 낡은 집.
 



<작가노트>

태엽을 돌려 꿈을 꿀 수 있다면….

전자시대에 사는 요즈음은 시계에 밥을 주는 일은 별로 없다.

시계는 더욱 다양하게 변했지만, 어릴 때 기둥시계의 태엽을 돌려주는 일을 밥을 준다고 하였다. 실제로 기둥시계 문을 열고 추 밑에 밥을 나두었다는 에피소드 까지 있었다.

핸드폰의 영향으로 손목시계도 잘 볼 수 없는 시대에 태엽을 돌려 밥을 주며 꿈을 꾸는 일은 없을까?
어느새 인생의 정점에서 세태에 부딪히며 이리저리 나뒹구는 삶 속에서 조금은 여유를 갖고 지난 세월을 다독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시계가 변하면서도 여전히 시간은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오묘하게 변하게 하지만 우리 모두 제 나름대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새해에도 또 그러하리라.

 

▲ 이동배 시인

· 계간 현대시조 신인상(1996년)으로 등단
· 한국아동문예상(2010년), 경남아동문학상(2016년),
 경남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 경남아동문학회 부회장, 진주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합천·김해문협회원
· 도서출판 고요아침 2013 『밟으면 꿈틀한다』,
  도서출판 경남 2016 동시집 『돌멩이야 고마워』등
· 김해삼성초 교장 퇴임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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