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지성' 철학자·법학자
나이듦에 대한 넓고 깊은 통찰
"당신은 무엇으로 기여할 것인가"



지혜롭게 나이 들기 위한 지적 여정을 세계 100대 지성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가 대화로 찾아 나선다.
 
두 사람은 현명하고 우아한 인생 후반을 위한 8번의 지적 대화를 통해 나·타인·세상을 돌보며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신간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Aging Thoughtfully)은 "나이듦을 다룬 책 가운데 최고다.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지혜를 나눠주고, 놀랍고 참신한 통찰을 안겨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이 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꼭 맞는 답을 준다"는 찬사도 나온다.
 
이 책은 '나이듦'이란 오래된 주제에 대해 얘기하되, 인생 후반에 우리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대상으로 새롭고 참신한 접근을 시도한다.
 
인문학적 혜안을 가진 법철학자와 현실적 지식으로 무장한 법·경제 전문가인 두 사람이 때론 겹치고 때론 상반되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나이듦에 대한 다채롭고 풍부한 통찰은, 인생 후반에 숨겨진 기쁨과 가능성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나이듦과 우정은 어떤 상관 관계를 갖는가, 주름살을 비롯한 나이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 대하고 돌볼 것인가, 과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회고적 감정의 가치는 무엇인가, 리어왕에게서 유산 분배와 상속과 돌봄 비용 지불하기에 대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등의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두 석학과의 지적 여정을 통해 우리는 나이 드는 과정에서 우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무슨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통합적이고 현명한 응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지적 대화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나이 들수록 생겨나는 권태, 실망, 불안감 같은 것들을 해소하는 데 우정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로마의 선현 키케로가 쓴 '나이듦에 대하여'와 '우정에 관하여', 그리고 그가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들여다 본다.
 
또 자녀들에게 어떻게 공평하게 유산을 나눠줄 것이며, 노년에 그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반면교사 삼아 해소해 준다.
 
각자가 과거에 대한 회고를 통해 자기 인생 속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붙이면서 우리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유진 오닐의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 등 문학사에서 빛나는 작품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을 인용해 제시하기도 한다.
 
키케로의 '나이듦에 대하여'를 참조한 이 책은, 60대에 들어선 두 친구의 대화 형식을 띤다. 모든 장은 나이듦을 다룬 에세이 두 편씩을 짝지어 놓았다. 두 저자는 서로의 글에 응답하거나 동의하기도 하지만 다른 생각을 내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이룬 공동체에서 지금 이 순간의 쾌락에 탐닉하는 현재지상주의를 비판한다. 반면, 법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솔 레브모어는 좀 더 현실적인 입장에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을 인정한다. 이처럼 독자들은 이 책에서 차별화된 두 석학의 관점과 견해를 통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 가지 통찰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떠난 후에도 계속될 세상에 우리는 무엇으로 기여할 것인지를 물으며, 나를 돌보는 것을 넘어 '타인'과 '세상'을 함께 돌보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 레브모어는 "나이 드는 사람이 자기 삶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노인들, 특히 부유한 노인들은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구체적으로 뭔가를 할 확률이 더 높다"고 지적한다. 또 "증여를 미루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형편이 더 나빠진다면? 나중에 주는 것보다 일찍 주는 것이 나눔의 기쁨도 더 크다"고 강조한다. 결국 "나눔은 우리가 세상을 만났을 때보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가장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주제에 대해 마사 누스바움은 이타성을 고리로 교육적인 측면에서 얘기를 풀어간다. 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으면서 자랄 경우 그들은 자신과 가족 및 친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전반의 대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모두 두 번째 아동기에 들어서면서 자아의 절박한 욕구와 육체의 본능적 요구가 우리를 넓은 세상의 가치와 멀어지게 만드는데, "우리는 이와 같은 도덕적 위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최선을 다해 그 위험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마사 누스바움은 지적한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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