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행

안 진 상
 

산다는 건
어쩌면 장애를 거부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수없이
웃음 띤 얼굴이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
생채기를 내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
장애는 세월의 길 따라 함께 가는 행복한 동행이다
사랑해서 받아주고
아파해서 품어주던 마음에
장애는 너무도 이기적이다
단 한 번도 베풀었던 위로가
다시 돌아와 가슴을 채워준 적은 없다
소주잔에 시름을 담아본들
장애가 끝이 나던가
고즈넉함이 잔잔하게 퍼지는 경화역에서
석양을 비켜선 비밀 하나 털어본다
장애는
사회가 정한 규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뜻과 요구를 몸으로 표현할 뿐이라고
 



<작가노트>

내가 가진 것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

뜬금없이 들리기도 하겠지만 이 말은 내가 글쓰기를 할 때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쉰이 넘은 중년에게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은 나도 다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그들은 가지고 있지 않고, 가져서도 안될 것을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장애다.

27년 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 전신마비가 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내가 아내의 등에 업혀 차에 오르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남들이 다 쓰는 평범한 글을 쓰지 말고 네가 가진 것을 쓰라”고 하셨다. 그 말은 이름 석자보다 더 많이 불리던 장애인의 삶을 대변하는 글을 써야 할 목적이 되었다.

장애인과 문학인을 넘나들면서 열심히도 살았다고 자부한다. 나는 장애인들에게 글을 쓰고 책과 가깝게 지내라고 말한다. 말로 표현하기보다 詩와 수필에 그 마음을 담는다면 그것이 곧 친구이자 아픈 가슴 달래주는 약이 될 것이라고….
 

 

▲ 안진상 시인

·김해 진영 출생. 김해문인협회 회원
·월간 '문학세계' 수필 부문 등단
·진해장애인복지관 호박문학회 회장·고문 역임
·진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달팽이 문학교실' 강사
·2016년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문학부문 문화체육부장관상
·저서 수필집 '나의 인생 아내 손에', '마음으로 걷는 길' 외 다수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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