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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사 열광케 한 '한정판' 어떤 모습일까?책(BOOK)
  • 수정 2019.01.23 09:34
  • 게재 2019.01.23 09:33
  • 호수 407
  • 13면
  •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neato@busan.com)

백석 '사슴', 김소월 '진달래꽃' 등
한국 근대문학사 단행본 100권 선정
실물 책 모습과 문인들 이야기 담아



백석은 '시인이 사랑하는 시인'으로서 오랜 시간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1936년 1월 첫 시집인 '사슴'을 출간했다. 겹으로 접은 한지에 활판인쇄를 하고 양장 제본을 한 시집이었다. 100부 한정판으로 매우 적게 찍어 '사슴'은 당대에도 무척 구하기 힘든 시집이었다. 오죽했으면 존경하는 백석의 시집을 구하지 못해 시인 윤동주가 빌려서 필사할 정도였을까. 백석은 '사슴' 시집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토속적인 풍물과 풍속, 음식, 놀이를 감각적이고 현대적으로 그렸다. 평안북도 방언을 활용해 유년기의 고향을 감각적이면서 낯설고도 아름다운 세계로 독특하게 변형, 창출해낸 시집이다.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는 한국 근대문학사를 대표하는 단행본 100권을 선정해 발행 당시 실물 책의 모습을 보여준다. 표지와 차례, 판권면 등을 실어 당시 책의 모습을 독자들이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했고, 해당 책의 해제를 붙여 놓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1908년 출간된 이인직의 소설 '혈의 누'부터 1948년에 출간된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까지 한국 근대문학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백석의 '사슴'을 비롯해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집의 희귀 초판본과 육필원고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판본, 검열 때문에 출판하지 못하고 육필로 3권만 만들었던 윤동주의 자선 시집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 육필원고와 그가 세상을 떠난지 3년 만에 친구들 손에서 나온 초판본 시집이 눈길을 끈다. 김소월이 생전에 출판한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은 매문사에서 1925년 12월 발행됐다. 근대문학사상 가장 널리 읽힌 이 시집이 2011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아는지?
 
근대문학 책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묘미. 현대에 발행하는 책의 디자인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과 제목의 캘리그래피가 빼어나다. 특히 1948년 12월 종로서원이 해방을 기념해 발간한 '해방문학선집'의 디자인은 예술 그 자체다. 이 책은 김동리, 계용묵, 박종화, 염상섭 등 9명의 작품을 엮어 출간한 합동 단편소설집.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화가 김환기가 표지 그림을, 김용준이 본문 그림을 맡아 그렸다. 화가와 작가의 우정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발현해 멋진 책을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얽힌 이야기도 시선을 끈다. 박태원이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소설의 단행본이다. 박태원은 이상, 이효석, 이태준과 함께 1930년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1934년 8월 1일부터 32회에 걸쳐 연재한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소설가 구보가 집을 나섰다가 식민지 시대의 경성이라 불렸던 서울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돌아오기까지의 하루를 재현한다. 박태원의 실제 생활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로 친구 이상이 '하융'이란 필명으로 삽화를 그려 주었다.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인 조중환이 1913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단행본 '장한몽' 이야기도 흥미롭다. '장한몽'은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신문에 연재될 당시 삽화가 거의 매회 들어갔으며 단행본에는 실리지 않았다. 신문에 연재된 '장한몽'에는 처음으로 담배 피는 여인 삽화가 실린 뒤 많은 광고에 담배 피는 여인 그림이 등장했다. 이처럼 책은 한국 근대문학과 옛 문인들의 손길을 상상하는 흥미로운 여정으로 이끈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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