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10곳 기념조형물 소개

하늘에 우뚝 솟은 동상. 한국에서 기념조형물 하면 떠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이 책은 기념조형물이 꼭 거대하거나 위압적인 방식일 필요가 없으며, '역사적인 기억을 품은 장소에 밀착된' 방식으로 '일상적인 풍경과 단절되지 않도록 제작, 설치된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베를린 시내 10곳의 기념조형물을 소개한다. 남다른 점은 베를린의 기념조형물 중 다수가 '아래'에 밀착된 점이다. 베벨 광장에 설치된 미하 울만의 '도서관'이 대표적이다. 광장 한 가운데 가로·세로 120cm 크기의 정사각형 투명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지하에 텅 빈 하얀 책장이 보인다.

베벨 광장은 나치가 1933년 5월, 유대인 작가와 학자, 나치를 비판한 비유대인 저자의 책 2만 여권을 불태운 곳이다. '도서관'은 분서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지하에 설치된 "경고의 기념조형물"인 셈이다.

베를린 전역에 설치된 길바닥 추모석 '슈톨퍼슈타이네'의 의미도 같은 지점에 맞닿아있다. 군터 뎀니히는 나치 희생자들의 마지막 거주지 앞 보도에 이름, 생년, 추방일, 사망 장소를 기록한 가로·세로 10cm 동판을 설치했다. 2018년 10월 기준 유럽 24개국에 약 7만 개의 추모석이 설치됐다. 버스 정류장, 체크포인트 찰리, 이스트 갤러리 등 역사가 반영된 기념조형물의 소개와 성찰을 읽다보면 책에 자꾸만 밑줄을 긋게 된다. 

부산일보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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