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휴가 중 폭행을 당해 사망한 고(故) 박용관 씨의 친구들이 25일 김해뉴스 편집국을 찾아 군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박용관법' 제정을 호소했다(왼쪽부터 친구 손성목·최윤수·박대영 씨).


“친구 용관이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를 하고 평생 군인의 삶을 꿈꿨지만, 군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저항 한 번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시는 용관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나라와 법이 군인들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세요.”


군 휴가 중 폭행 당해 사망 김해 청년
친구들 "군인보호법 제정" 뜻 모아
청와대 국민청원 올리자 지지 쇄도



군 휴가 중 행인에게 뺨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진 김해 청년 고(故) 박용관 씨의 친구들이 <김해뉴스> 편집국을 찾아, 군인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이른바 ‘박용관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육군 상병인 박 씨는 휴가 중이던 지난 12일 새벽 2시께 김해시 어방동의 한 도로에서 지나가던 취객 A(23) 씨에게 뺨을 맞고 넘어지면서 보도블럭 경계석에 머리를 부딪혀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2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지난 21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당일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박 씨를 폭행한 A 씨는 박용관 씨 일행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고 한다. A 씨는 박 씨에게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하냐”고 따졌고 옆에 있던 친구 박대영 씨가 “무슨 일이냐”며 다가오자 A 씨는 다짜고짜 친구 박대영 씨의 뺨을 때렸다.

이어 A 씨는 박용관 씨 일행에게 얼차려를 시켰다. 현재 군인 신분인데다 직업 군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시비에 휘말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 박용관 씨와 친구들은 저항을 하지 않고 얼차려 상태에서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A 씨의 손이 박 씨의 왼쪽 턱으로 날아왔다. 충격으로 박 씨는 정신을 잃었고 쓰러지면서 보도블럭 경계석에 머리를 받았다. 박 씨의 귀를 통해 피가 흐르자 A 씨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곁에 있는 A 씨의 지인은 “어차피 군인이라 경찰에 신고 못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며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친구들은 119에 신고를 한 뒤, 박 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박 씨를 인근 병원과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 고(故) 박용관(윗줄 세번 째) 씨가 지난해 11월 친구들과 함께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

 
친구 박대영 씨는 “용관이는 키 187㎝의 건장한 체격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또래 친구가 어려움을 당하면 나서서 도와줬다. 그랬던 용관이가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군인은 민간인과 싸워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군인을 보호하는 제도가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구들은 “군인이 사건사고에 휘말릴 경우 군사재판으로 더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어차피 군인이라서 경찰에 신고를 못하지 않냐’는 말이 현재 군인의 현실이다. 군 휴가를 나갈 때도 ‘시비가 붙을 경우 무조건 자리를 피하라’고만 가르친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갔지만 나라와 법은 군인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들은 군인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강력하게 처벌하는 군인보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친구 송성목 씨는 “가해자는 유족들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윤창호법’처럼 ‘박용관법’이 반드시 만들어져 용관이와 같은 피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박용관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06463?navigation=petitions)에 동의해줄 것을 부탁하는 한편 김해시청 기자회견, 국회 방문해 법 제정 목소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25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당일 오후 8시 기준 참여인원 1만 명을 넘겼다.

한편 박용관 씨의 심장, 폐, 간, 췌장, 좌·우 신장 등 6개 장기가 지난 23일 다섯 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유족들은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어렵게 장기 기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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