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한국전쟁 참전 이면사 조명
편견 갇힌 이전 연구 허점 파헤쳐



"당신의 적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잊지 마십시오. 당신은 지금 제국주의의 우두머리와 싸우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대비책을 마련하십시오."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의 인천상륙 작전을 예측한 마오쩌둥은 김일성에게 이런 내용의 경고 서신을 보낸다. 북한군 전열을 재편성하고 상륙작전을 격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마오쩌둥'에는 한반도 운명을 가른 중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이면사가 흥미진진하게 흐르고 있다. 1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은 마오쩌둥의 일생을 다룬다.

저자인 영국인 저널리스트 필립 쇼트는 1970~80년대 중국에 거주하고,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며 책을 집필했다. 1999년에 나온 초판은 마오쩌둥 전기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8년 만에 나온 전면 개정판인 이 책에는 새로운 자료에 기반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책은 '다면적 혁명가'로서 마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당대 상황과 실정에 맞춰 중국을 변화시킨 '혁명 이론가'이자, 유격전과 기동전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숫적으로 월등한 적을 패퇴시킨 탁월한 '군사 전략가'였다. 집권 후에는 진시황의 후계자로 자임하는 무소불위 '절대 권력자'로 변모했다.

마오의 성격도 상세히 묘사됐다. 특유의 외고집이 한때 추락의 원인이 되지만, 절대절명의 시기에는 권력을 쟁취하는 요소가 된다는 점을 포착한다.

이 책은 마오의 이런 면모가 자신을 모순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혁명에 몸을 던진 투사이자 혁명의 이상에 갇힌 수인(囚人)을 그리고 있다. 그는 중국 인민을 중세적 노예에서 근대적 주체로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다.

그러나 대약진 운동으로 인민을 기아로 내몰았고, 문화대혁명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책은 마오의 모습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다룬다. 서구적 편견에 갇힌 이전 연구들의 허점을 파헤치기도 한다. 특히 마오에 대한 부정적 논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증거 자료만 선택한 주장들에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마오는 지금도 미라가 돼 톈안먼 광장에 누워있다. 시진핑 현 주석도 당의 영도를 여전히 강조한다. 마오의 전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부산일보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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