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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글의 큰 젖줄 '큰 사전'책(BOOK)
  • 수정 2019.01.29 16:28
  • 게재 2019.01.29 16:14
  • 호수 408
  • 12면
  •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hyun@busan.com)

 


최초 우리말 사전 나오기까지
사전 편찬으로 본 독립운동사
3·1운동 100주년 맞아 큰 의미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은 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최초의 국어사전 만들기 50년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 '우리말의 탄생'이 출간된 지 14년만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근대사의 맥락에서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큰사전'이 탄생하는 과정의 편찬사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말과 우리글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고 대중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지만 자신들의 언어로만 기록된 '사전'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한 언어의 규범이자 기준이 되는 우리말 사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통일된 언어 규칙을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우리말의 탄생'은 최초의 우리말 사전인 '큰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 50년 동안의 길고 험난했던 전 과정을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큰사전'은 1947년 '조선어학회 지은 조선말큰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첫 권이 출판된 이후, 셋째 권이 출간될 즈음 조선어학회는 한글학회로 이름이 바뀌었고(1949), 사전 이름도 1950년 '한글학회 지은 큰사전'으로 바뀐다.
 
저자는 '큰사전'은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 일제의 탄압이 한창이던 시기에 그들은 왜 목숨까지 걸어가며 사전을 편찬하려 했는지 살펴본다. 또 이를 통해 우리 역사에서 우리말 사전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조선어 규범화와 조선어사전 편찬이 큰 호응을 받으며 시작될 수 있었던 데는 '언어 민족주의'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우리말 사전은 우리 민족이 식민 지배 하에서 끝까지 지켜낸 우리말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큰사전'은 1957년 총 6권으로 완간돼 우리말 대사전이 탄생하는데, 그 이전에도 우리말 사전은 출간된 바 있다. 하지만 1897년 이봉운의 '국문정리'와 주시경의 '국문론'에서 사전 편찬의 필요성이 제시된 뒤부터 1947년 '큰사전' 첫째 권의 발간까지 50년을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이 사전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전에 나온 사전들에 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물이 집대성되었고, 민족적 권위를 인정받은 단체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완간 이후 많은 사전들의 젖줄이 됨으로써 '국어사전'으로서의 대표성을 갖추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나온 개정판은 '근대적 어문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식민지 언어정책은 우리의 언어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말 연구와 정책은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되었는지' 등에 관한 저자 연구의 출발점을 재확인해 준다.
 
이와 동시에 그간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담아내 최초의 우리말 사전 편찬이란 사건과 이에 관련된 인물들을 더욱 충실히 조명해 낸다. 저자에 따르면 이번 개정판에서 3분의 1 정도의 내용을 덜어내거나 수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우리말 사전 편찬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역경과 성취, 우리말 사전 편찬을 지켜본 사람들의 염원과 기대를 독자들에게 오롯이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힘썼다"는 것이다.
 
특히 국문 정리의 방향을 잡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이봉운과 지석영, 이능화와 국문연구소 사람들, 근대 국어학의 대부 주시경, 직접 사전을 편찬했던 조선어 교사 심의린, '말모이' 편찬으로 우리말 사전의 초석을 쌓은 광문회와 계명구락부 사람들의 생생한 활약상이 펼쳐진다.
 
또 이들의 노력을 디딤돌 삼아 사전 편찬을 시도하려 했던 김두봉, 평생 모은 사전 원고를 조선어학회에 기증한 이상춘, 최초의 조선어사전이라 할 수 있는 사전을 편찬한 문세영, 108명의 발기인을 모아 우리말 사전 편찬 사업의 시동을 건 이극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윤재, 사전 편찬을 위해 끝까지 힘을 다한 최현배 이희승 정인승 등 여러 사람들이 흘린 땀과 피가 없었다면 '큰사전'의 완성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한 편의 웅장한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한 큰사전 편찬사 '우리말의 탄생'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사전편찬사의 시각으로 조명해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큰사전' 편찬의 주역 이극로 선생은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니, 정신과 생명이 있으면 그 민족은 영원불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는 우리말 사전의 탄생과 함께 근대국가의 언어로 비로소 온전하게 탄생했으며, 대한민국이 근대국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3·1운동 100주년의 해에 우리말 사전 '큰사전'의 편찬사가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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